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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Feel/with Movie

by 물빛미르 2011. 5. 2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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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제목이 잘 어울리는 영화였다.
찬란하고 반짝 반짝 빛나는 Sunny한 영화였다.

중견배우들의 노련한 연기와 그에 뒤지지 않을 아역배우들의 맛깔나는 연기가 어우려져 영화는 타임머신이라도 돌린것처럼 관객들을 순식간에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게 했다.
처음 이 영화를 본 동료의 첫 감탄이 아역과 성인배우의 싱크로율이 정말 최고라고 했었는데, 영화를 보니 확실히! 그렇다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실 심하게  끄덕여졌다. ^^;

영화는 임나미(유호정)의 평범하지만 쓸쓸한 주부의 일상으로 시작한다. 여고생이 된 딸에게 치이고 바쁜 신랑은 마음보다는 돈으로 이야기하는 사람...
햇빛이 가득드는 너무도 예쁜 거실에서 딸이 남긴 토스트 한쪽을 무는 그녀의 표정에 가슴 한쪽이 아릿해진다.

친정엄마를 뵈러 간 병원에서 우연히 여고친구 하춘화를 만나게 된 나미. 나미는 써니를 보고싶다는 암투병중인 춘화의 부탁을 받게 된다...



어리버리 우리의 주인공 임나미 ㅋㅋ
꼬막으로도 유명하지만, 다른걸로도 많이 알려진 고장 벌교에서 올라온 그녀는 툭툭 튀어나오는 사투리에 당황하고, 서울애들이 무슨 메이커를 신는지에 예민한 그시절의 여고생이다.
그녀의 짝은 장미, 그리고 뒷자리엔 너무도 멋진 춘화가 앉아있다.
자리가 그런탓에 나미는 자연스럽게 춘화의 패거리(?)에 낑기게 된다. ㅋㅋ



학교별 불량써클끼리의 세력다툼...
아역캐릭터들의 욕대결...ㅋㅋㅋㅋ
황산벌 저리가라 하는 백미였다. 사실 욕하는것을 싫어하는 나이지만 이들의 욕은 욕쟁이 할머니의 그것처럼 거부감없이 단순한 재미요소로 다가왔다.

욕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벌교출신 나미가 한껏 거하게~ 해주고, 그녀는 이 써클의 정식 멤버가 된다. ^^*



지수...
불량써클 멤버이면서도 전혀 그렇지 않아보이는 분위기를 풍긴다.
청순 가련할것 같은 외모지만 성격은 좀 까칠하다.
나미는 전학온 첫날 부터 지수에게 호감을 가지는데 지수는 나미를 좋게 보지 않고...
결국 둘은 제대로 한판 붙기까지한다.

어설프게 엄마 옷을 걸치고 포장마차에서 추억의 진로를 홀짝이면서 술주정을 하고 서로의 감정을 풀어내는 그들이 한없이 귀엽다.



타 학교의 써클과 한판 붙는 그날을 감독은 학생운동과 섞어버렸다.
전경들과 대치하는 그들사이에 섞인 소녀들의 싸움이 코믹하게 버무러져 그려졌지만 웃음 사이에서도 그 장면들은 가슴 한쪽을 횡~ 쓸고 지나간다.
블랙코미디를 이렇게 환한 화면으로 할 수도 있는 거였다.
이렇게 밝은 표정으로 블랙코미디를 엮으니 그 여파는 더 크게 느껴졌다.



영화 중간 중간 등장하는 추억의 가요, 추억의 팝송들...
그리고 그 추억속의 음악에 맞춰서 지금보면 촌스럽기 그지없는 그 동작들을 너무도 신나고 멋지게 추는 여고생들의 풋풋함이 너무도 예뻤다.
써니라는 이름만큼이나 반짝 반짝 거리는 ... 그런 보석같은 장면들...

친구들과 아웅다웅 하고, 짝사랑을 하고, 상처를 받기도 하고...
잘 맞지 않는 친구와 문제도 있고, 그런 문제에 힘들어도 하면서 커가는 그녀들의 이야기 사이 사이에 중년이 된 써니들의 이야기가 있다.

2달 정도가 남았다는 춘화를 위해서 친구들을 찾아다니는 나미와 장미.
둘은 어릴때 모습과 완전히 달라진 친구들을 보면서 의아해도 하고, 안쓰러워도 하고...혹은 분노하면 가슴아파 하기도 한다.

춘화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는 나미에게 춘화가 묻는다.
꿈이 뭐냐고...뭘 하고 싶냐고...
이나이에 그런게 어딨냐고, 그냥 사는 거라는 나미의 말이 너무도 처연하다.
그러자 춘화의 한마디.
그냥 살지마...내 몫까지 잘~ 살아!



한참을 고통에 몸부림치다 링거를 맞고 잠이 든줄 알았던 춘화를 바라보던 나미의 얼굴에 힘겨움이 스친다. 그리고 돌아서는데 눈뜬 춘화가 그녀를 부른다...
둘이 침대에 누워서 나누는 대화...

나미가 그렇게 말했다.
고맙다고... 나미라는 자신을 잊고 산지 정말 오래됬는데... 자기도 역사가 있는 한 사람이고,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라는걸 알게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내 인생에 있어서 만큼은 내가 주인공이다...

자신의 삶을 잃어버리고 세상에 떠밀려 무채색의 삶을 사는듯한 중년의 써니들이 조금씩 다시 삶을 찾아가고 있었다.



춘화는...
어린시절 모습이나 커서 만난 죽기전의 모습이나...참 멋있는 친구였다.
여고생 시절 추지 못한 써니 춤을 추는 중년의 그녀들이... 참 행복해 보여서 눈물이 났다.

2살 터울의 여동생이 결혼을 하고 첫 아이를 낳던날...
조카 선물이 아니라 동생에게 줄 선물을 들고 병원을 찾았었다.
이제 여자에서 엄마가 된 동생에게 나비 목걸이를 선물해주면서 이제 자신의 이름보다 누구 엄마로 더 많이 불릴텐데... 니 삶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데...문득 그 일이 생각이 났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누구 부인, 누구 엄마가 되어서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리는 사람들... 그들도 분명 풋풋했고, 반짝였고, 설레이는 사랑을 하던 소녀들이었는데 말이다.

이 영화를 보고 이름을 잃어버린채 회색빛의 현실을 살던 사람들의 자기의 삶을 조금이라도 찾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아련하고도...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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