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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

Feel/with Book

by 물빛미르 2023. 9. 1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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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웹소설에 빠져 있다가 어쩐지 죄책감이 들어서 다시 책을 한 권 골라보았다.
엄청난 수식어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책이어서 살짝 꺼려졌지만 표지가 이쁘고, 제목이 흥미로워 고른 책.

삶이 불행한 주인공은 익숙하다.
어릴 땐 내 삶만 엉망인 줄 알았는데 책만 펼치면 수두룩 빽빽한 불행한 주인공들 덕에 나만 이렇게 사는 건 아니라는 위로를 받곤 했었다.
책을 덮을때 쯤엔 달라진 주인공의 삶과 책을 펼치기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내 삶이 비교돼서 조금 우울하기도 했던 것 같다.

불행한 사연을 적어서 폐가의 우체통에 넣으면 장마가 시작될때 초대받아 갈 수 있다는 상점.
그곳에서 불행을 팔고 행복해졌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반지하집에 엄마랑 둘이 살고 있는 주인공에게는 매력적인 동아줄처럼 보인다.
글솜씨는 없지만 열심히 사연을 적어보내고 드디어 티켓을 받아서 상점에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비가 오면 열리는 상점은 도깨비들이 운영하는 상점이었고, 도깨비들을 하나 둘 만나면서 펼쳐지는 얘기는 어쩐지 결말을 알 것만 같은 느낌이다.
(스포 하자면, 사실 결말이 그렇게 신박하진 않다.)
그래도 아주 조금은 예상하지 못한 얘기도 나오고, 도깨비들이 사람에게서 훔쳐가는 갖가지 것(물건/기억 등등)에 대한 묘사는 꽤 즐거운 양념이 된다.

매일매일이 출근, 퇴근, 주말로 엮어진 돌림판을 끊임없이 달리고 있는 것 같아서 좀 지치고 있었는데
작은 위로가 되어주었다.

그래. 그거면 되지.
잠깐 다른 세상을 들여다보고 일상에 조금 다른 방점 하나 찍을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거지 뭐.

일상에 지쳐서 복잡한건 보기 싫고, 가볍지만 또 너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냈다는 느낌이 들고 싶진 않을 때.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보드라운 이야기 한 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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