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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The Power - 2016.10.29

Feel/with Arts

by 물빛미르 2016. 10. 3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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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해하기 쉬운 연극은 아니다.
작가는 아주 많은 얘기를 하고 싶어했고, 아주 많은걸 깨트려 버리고 싶어 했고, 아주 많은걸 뒤집으려 노력했기 때문에...
그 모든 과정을 생각지 못했던 관객은 당황했고, 혼란스러웠다.

자본주의의 추악한 부분이라던가 껄끄러운 부분들을 끌어내 보여주는것이 그리 유쾌하기만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연극적 센스를 이용해 조금은 속 시원한 얘기를 해주기도 했다.

작가로 등장하는 작가가 아닌 작가역활의 배우는 작가이지만 작가가 아니기도 하고, 그렇지만 작가의 말을 전하고 생각을 전하고 작가의 모습을 한 아이러니함을 보여준다.
연극에 올려지는 배역들 중 실제 작가까지 포함시켜버리는 창의적인 발상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모두 작가가 만들어둔 세상임을 명확히 하는 것 같아보이기도 한다.

극은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평범한 회사원부터 초록군사들, 소위 윗분들이라 칭하는 분들의 격렬한 토론과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다' 를 외치지만 나를 너무도 갑갑하게 했던 씬을 지나 마침내 연극이라는 예술까지도 모두 뒤집어 버리는 장면까지 이르른다.
중간 휴식도 없이 긴 호흡으로 한번에 끝까지 달려가는 이 연극은 너무 많은 메시지에 휩쓸려 관객까지 모두 떠내려가 버릴거 같은 두려움까지 살짝 느끼게 했다.

'너는 내가 될까봐서 두려운거야.'

'아무도 강요하지 않는다' 라는 메시지가 가득한 회사에서 일하지만 매일매일 출근을 하고, 일을 해야하고,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고, 주변사람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회사원의 모습이 나인것 같다.
그에게 말하는 노숙자의 메시지.
아무도 강요하지 않지만 스스로 강요당한채 일상에 끌려가는 이유는 출퇴근길에 마주친 노숙자의 모습이 내 미래가 될까봐서 두려운거다.

나도...부인할 수 없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세상에 살고 있기에, 언제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게 살자는게 내 가치관이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미래를 대비하지 않은 내가 나중에 늙어서 먹고살거 없이 길거리에 내팽겨쳐질까봐서 두렵기도 하니까...

아무도 강요하지 않아.
하지만 니가 선택한 결과에 대한 책임도 니가 져야 하는거야.

그래.
그래서 무서운거다.
그 책임을 질 일이...
모두가 이 길로 가야 한다고 할때 혼자서 꿋꿋하고 당당하게 다른길을 선택해서
끝에 이르렀을때 내가 어디에 있을지 확신 할 수 없기에 너무도 무서운거다.
다시 힘겹게 혼자 온길을 돌아가야할까봐서,
혹은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곳에 혼자 남겨질까봐서...

극의 시작에 던져진 편지 한통.
비르크는 그 편지를 어찌해야 할 지 몰라 이곳 저곳을 헤매고 다닌다.
그냥 뜯어보면 될것을...

우리는 모두...
그냥 지금 그걸 뜯어보고,
확인을 한번 해보면 될것을...
어쩌지 못한채 그걸 들고 여기 저기를 헤매이느라
삶을 낭비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걸 그냥 열어보면 될텐데,
그걸 내려놓지도 못하고 열어보지도 못한채 끌려 다니느라
삶이 점점 꼬여가는지도 모른다...

 

연극을 함께 본 신랑은 너무 난해해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난... 너무 메시지가 많아서...
내게 던져진 질문들이 너무 많아서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 심정이 되었다.

The Power 는 힘이 있는 연극이었지만,
그 힘이 너무 크기에
일부는 힘의 크기를 느끼지도 못하기도 하고
일부는 그냥 무시하고 싶어지기도 하고
일부는...
그 힘을 어찌해야 하는지 모르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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