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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Feel/with Book

by 물빛미르 2024. 1. 1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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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부는 좀 답답한 느낌이 있다.
이상적인 어떤 좋은 세계를 그려놓아 보려고 애를 쓴 거 같은데 그림이 완벽하게 그려지지 않은 느낌이다.
어쨌든 작가가 애~써 만들어보려고 한 어떤 환상적인 완벽한 세상에 사는 한 가족에게 아이가 생기고, 아이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상황에서 능력이 발현되어 버려서 가족을 잃어버린다.
완벽했던 세상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버리고 가족을 찾기 위해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하며 여러 인생을 살게 된다.

여러 번의 인생을 반복하는 것이 지치고 버거워질 무렵 메리골드라는 마을에서 드디어...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야기 자체는 엄청 흡입력이 있다는 느낌은 아닌데,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인 지은이가 건네는 이야기들이 문득 마음을 건드려서 메모를 많이 하게 됐다.

`사는 게 어떻게 언제나 완벽할 수 있겠어. 방황하고 흔들리고 실수하고 넘어지고.
그래도 다시 일어서고 중심 잡으려고 하고.
그러면 돼. 괜찮아`

나이는 먹는데... 불혹이라는 40대도 어느새 중반을 향하고 있는데, 자꾸만 흔들리는 나에게 실망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었다.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성숙하고 멋진 어른이 될 거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였지 ㅋㅋㅋ
반면선생 삼을만한 어르신들을 도처에서 보면서도 나는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순진하게 생각을 했었다.
이제는... 그냥, 실수하면 배우고, 잘못하면 사과하고, 화를 덜 내려고 노력하면서...
그렇게 조금씩 더 나은 내가 되어가는 걸음을 옮기고 있다면 그걸로 족하지 않은가 생각하면서 다독이고 있다.

`인생은 초록불인 것 같아도 노란불도 들어오고 빨간불도 들어온다.
가끔 빨간불에만 정체되어 있는 듯해도 어김없이 초록불이 된다.
초록불 다음엔 다시 빨간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길을 걷고 신호등이 나오면 불빛에 따라 움직이는 일이다.
지금 내게 맞는 신호가 없다면 기다리고, 언젠가 신호가 올 때 또다시 걷는 일이 아닐까.`

나이를 먹으면서 가장 좋은 건 이 사실이 아닌가 싶다.
어떤 일이든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
하루하루가 힘겨워서 더 살고 싶지 않았던 날들도, 너무너무 사랑해서 영원할 것 같았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흘러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
그래서 힘들 때도 이게 언젠가는 끝난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버틸 수 있다는 것.

`일단 살아. 죽지 말고 살아.
의미와 재미 같은 거, 산 다음에 찾아.
그리고 잊지 마. 너는 너로서 충분해.
하늘의 별 말고 네 안의 별을 봐.
어둠 속에서도 너는 빛나고 있어.`

그래~ 살다 보면 웃을 일도 생기고, 맛있는 음식 먹는 것 만으로 행복해지는 날도 오지~

`며칠은 소나기가 내리겠지만 다음 주쯤이면 해가 뜰 것이고
내일은 흐리지만 비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조금만 버티면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들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람 인생에도 일기예보가 있다면 좋겠습니다.`

정말... 인생에 일기예보가 있다면 좋겠다 싶긴 하다.
근데... 날씨도 이렇게 맞추기가 어려운데, 인생은 더 맞추기 어렵겠지?
정확도가 엄~청 떨어지는 인생 일기예보는 어쩌면 화만 더해줄지도 모른다.
그래도 많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는 희망이 될 지도...

`만약 누군가 나를 비난하고 욕설을 퍼붓는다면, 받지 마세요.
택배도 수취 거부나 반품이 있듯이 나를 모욕한 그 감정이나 언행을 반품해 보세요.
물건을 주었는데 받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닙니다.
누가 나를 싫어하고 미워한다면 그 마음을 받아서 상처로 만들지 마시고 돌려주세요.
받지 않고 돌려주었으니 상처는 내 것이 아니고 상대의 것입니다.
마음의 천국을 방해하지 말고 수취 거부하세요. 그래도 됩니다.`

이 글이 진짜 좋았던 것 같다.
아무리 내 인생이고, 내가 알아서 살겠다고 생각해도
누군가 툭 던지고 간 말이 상처가 되곤 한다.
나를 잘 모르는 이들이 던지는 폭력에서 나를 보호해 주는 보호막처럼,
수취거부를 해보자.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에 내가 간다면...
내가 입은 흰 티에는 얼마나 많은 얼룩이 드러나려나...?
돌이켜 보면,
없었던 일로 하고 싶은 일들도 있고 그래도 그 일들이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지 싶은 일들도 있다.
살면서 얼룩이 하나도 안 생길 순 없으니까,
생겨난 얼룩들이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것이라고 애써 다독여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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