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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Feel/with Book

by 물빛미르 2024. 2. 13.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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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이라길래 일본어인 줄 알았다 ^^;

하쿠다는 제주방언으로 "할거다" 라는 의미라고 한다.
대왕물꾸럭 마을의 하쿠다 사진관에 우연히 들르게 된 제비가 직원으로 일하면서 만나는 마을 사람들, 손님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펼쳐졌다.

소소하고 따뜻한 이야기들.

바이크를 타고 온 여고동창생들.
살면서 힘들 때마다 힘이 되어 주었다는 친구들 이야기가 부럽다.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일 수 있음이 부럽고, 그런 친구들이 있음이 부럽고...
몇 십 년이 지나도록 한결같이 어울릴 수 있음이 부럽다.

까탈스러운 신혼부부
위태로운 퇴직 경찰관 아저씨
프리다이빙을 하는 젊은 친구들
열정 넘치는 지질학자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
많은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 그중 딸아이를 데려온 가족의 이야기가 마음에 많이 남았다.

무안구증

조심스레 설명하는 엄마가 안쓰럽고, 멋있었다.
모든 설명 후 조금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나오세요~라고 말하는 엄마의 배려가 존경스러웠다.
친구가 무심코 물음에 상처를 받은 아이는 그래도 한 번은 참아주었는데,
기필코 터져버렸다.

궁금한 건 다 물어봐?
나도 궁금한 거 물어봐도 돼?
그러는 너는 왜 아빠가 없어?

울음이 터진 채 악에 받쳐 외치는 아이의 모습이 왜 그리 크게 남았을까?
어쩐지 낯설지가 않았다.
살면서 누군가 내게 상처가 되는 이야기를 할 때면 나도 참는다고 참아보곤 하지만,
어느 순간 저렇게 터져버리곤 했던 것 같다.
어린아이처럼 주먹을 꼭 쥐고 모른 척 덮어두었던 상처들을 헤집었던 것 같다.

아이들은 그래도 그렇게 한바탕 울고 나면 서로에게 사과를 하고
마음을 열고 회복을 한다.

성인이 된 우리는 서로에게 사과를 해야 회복이 될 텐데,
사과할 용기를 나지 못한 채 그저 돌아서 버리곤 한다.

아마도...
그랬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나 보다.
그래서 아이가 내지르는 악에 바친 울음이 귓가에 쩌렁쩌렁 울리는 저 장면이 그렇게나 인상 깊게 남았던 것 같다.

제비는 대왕 물꾸럭마을의 사자가 되어 문어를 바다 깊은 곳까지 배웅하는 일을 하게 된다.
옛날 해녀들이 입었던 전통 물옷을 보고 기겁하는 제비에게 목포 할망이 말한다.
그것은 어머니의 옷이라고.

산달이 가깝도록 찬 겨울바다도 가리지 않고 가족들 먹여 살리려 물질을 하던
아이를 낳고서도 바로 물질을 하러 가고
아이를 물가에 재워두고 물질하다가 젓을 물려야 했던 어미의 옷이라고...

그 울림이 가득하게 남는다.

척박한 섬에서 바다에 삼켜진 남자들 대신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제주 어머니들의 울림.

책을 보면서 사실 제주에 있다는 이 마을에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책 말미에 보니 꾸며낸 마을이란다 ^^;
이렇게 아쉬울 수가!!
대왕 물꾸럭 마을의 축제를 보고 싶었던 내 희망은 물거품이 되어버렸지만 소소하고 따뜻했던 책이라 용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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