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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의 화해

Feel/with Book

by 물빛미르 2022. 3. 1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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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의 화해

책을 빌려주며 동생이 말했다.
책이 미용에 좋은지 처음 알았단다.
10페이지도 못 읽고 잠이 든다면서 잠을 많이 자게 됐다고 했다. 풉!

어쩐지 도장깨기를 하는거 같은 약간의 비장함으로 책을 펼쳤다.
그리고 동생이 어떤 느낌으로 책을 읽었을지 금세 추측이 됐다.
문장은 수사와 열거가 너무 많았고 문장 구조가 복잡해서 읽다 보면 길을 잃었다.
의미가 파악되지 않아서 앞으로 돌아가는 일이 잦았다.
비슷한 얘기를 하고 또 하고... 장황하게 늘어놓는 지난한 페이지들이 한참을 흘러갔다.
이러니... 졸리지...

책의 전반은 나쁜 부모와 잘못된 교육들이 낳은 상처에 대해 너무 많은 반복을 하고 있었다.
일부는 나도 겪었고, 일부는 들어본 적이 있는 부모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내 입장에서는 내가 되어본 적도 있는 안 좋은 사례들도 있었다.

부모가 저지른 크고 작은 실수와 폭력이 아이의 세상을 어떻게 망쳐놓았으며,
그 세상은 성인이 된 뒤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완벽한 부모가 대체 어디 있겠는가?
그 지난하게 반복되는 질책을 보면서 죄책감과 함께 불편한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다가 급기야는 반감이 들기도 했다.
'아니!! 그러는 당신은 얼마나 애를 완벽하게 키우는 부모인데 그래???'
하고 확인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드는 단계.

좋은 얘기도 너무 반복해서 들으면 듣기 싫은데...ㅜ.ㅜ

그나마 다행인 건 책이 뒤로 갈수록 조금씩 문장이 깔끔해지기 시작했다.
총 4개의 part로 되어있었는데 part3의 후반부쯤부터 읽기 편해지면서 조금씩 이 책에서 내가 기대했던 얘기를 듣는 기분이 되었다.

나는 대화를 할 때 상대가 감정적인 호소를 하는 경우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때가 많다.
남들은 이런 말에 어떻게 대답하는지 궁금했다.
남에게 긍정과 공감의 대답을 들어본 경험이 많은 사람이 그런 대답을 잘한다고 한다.
나이를 먹으면서 나는 내가 하는 대답들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점차 인지하기 시작했고 잘 대답하기 위해서 나름의 고민을 계속하고 있었다.
드라마나 소설에서 나오는 장면들을 보며 '아~ 저런 때 저렇게 대답하면 좋구나~'라는 생각이 들면 그 느낌을 기억하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단편적이고, 특정 상황에서만 들어맞기 때문에 내 대답은 여전히 궁색했다.
화해의 part4에서 이런 나의 고민을 많이 풀어주었다.

아이를 키울 때는 수많은 예기치 않은 상황에 놓인다.
머리가 하얘지는 아이의 질문도 있고, 그 작은 인격체가 자신의 고집을 한껏 드러낼 때는 작은 악마가 나타난 것 같은 상황도 있다.
부모가 아이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책의 반 이상을 넘게 소요해서 늘어놓는 것보다 그런 상황들에서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어떤 부분을 들여다봐야 할지를 얘기해주는 뒷부분이 나는 훨씬 도움이 됐다.

감정과 생각을 분리하라는 조언도 좋았다.
어떤 얘기가 감정에서 나온 건지 그렇게 하려는 의지를 가진 생각인지를 분리해서 읽어보니 정말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다.
나도 감정이 격 해졌을 때 어떤 식으로 표현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할 수 있었다.
그게 바로 되진 않겠지만 조금씩 감정에 솔직하고 상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핵심을 바라보는 연습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나는 자기 개발서를 싫어하는 편인데, 이번에 화해를 보면서 알게 됐다.
많은 자기 개발서가 글을 잘 쓰는 전문가가 쓴 게 아니라 특정 분야를 잘하는 사람이 쓴 책이다 보니 작가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 쓴 글에 비해 읽기가 어려워서 싫어하게 됐다는 걸.
아마도 오은영 박사는 책을 쓴 초반에 비해 200 페이지가 넘는 양의 글을 쓰면서 좋아진 글솜씨가 후반부에 드러나게 된 거 같다.

이 책을 누군가에게 추천한다면 일단 part3,4를 먼저 보고 조금 더 많은 사례를 보고 싶다면 앞부분을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개인적으로 part3,4를 보고 난 후 내가 느끼는 이 책의 제목은 '화해' 라기보다는 '이해' 였던 거 같다.
나를 용서하고 화해하라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나를 이해하고 사람 사이를 이해하고, 관계를 이해해야 하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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