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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1 - 김 부장 편

Feel/with Book

by 물빛미르 2022. 6. 23.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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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 제목 길다~ ㅋㅋㅋㅋㅋ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제부가 재밌다고 빌려줘서 읽기 시작했다.
깔끔하고 간결한 문체
글씨보다 여백이 많은 페이지 구성 ㅋㅋㅋ
하루 만에 다 읽었다.

반 정도까지는 진짜... 내가 싫어하는 사람 유형이어서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상당히 받았다.
출퇴근 시간에 주로 책을 읽는데, 이런 부장이 회사에 있으면 나랑 백번은 싸웠겠다 싶은 사람이었다.
자신보다 직급 낮은 직원이 외제차 끌고 회사에 왔다고 불쾌해하고, 옆 부서 부장이 사는 집이 자기 아파트보다 비쌀까 봐 전전긍긍 한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가 너무 중요한데 그 시선에 대한 판단기준이 철저하게 물질적이다.

장사하고 싶다는 아들에게 대기업 직원이 되야지 무슨 장사냐면서 카센터 하는 큰형이 부끄럽다고 한다.
의사들은 다 사기꾼이란다.
전무, 상무와 골프약속을 잡고 기사 노릇을 하며 아부를 한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까지 회사에 있어야 하고, 직원들이 개인적인 일로 휴가를 쓰는 게 못마땅하다.

와...
출근길에 1/3 정도 읽은 나는 동생에게 이 사람 너무 짜증나서 읽으면서 스트레스받는다고 하소연을 할 지경이었다.

대기업 부장이라는 타이틀이 너무 소중한 김부장에게 정리해고되어서 떠나는 다른 팀 부장들의 소식은 철저히 남 얘기다.
자신은 절대 그럴일이 없고, 상무 줄을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생이 어디 그렇게만 흘러가나...
결국 그에게도 공장으로 발령이 떨어진다.
공장 안전관리팀 팀장으로 발령이 결정된 날 상무는 김 부장을 불러 그동안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건넨다.
팀장이란 자리에서 어떻게 일 해야 하는지, 세상이 얼마나 변했는지... 주변을 좀 돌아보고 자신도 돌아보라고 진심 어린 조언을 한다.
모든 일은 자기 책임이라는 마지막 당부도 잊지 않는다.

상무가 해주는 조언이 너무 좋았다.
엄청 싫어하는 타입의 주인공이라서 내내 '왜 저래~' 하고 봤는데, 어느 부분은 내 모습도 있다는걸 알게 됐다.
어떤 상사가 싫다는 것은 아는데, 내가 어떤 상사인지 돌아보지는 못한 것 같다.
모든 일을 다 알 수는 없는데 나도 너무 아는 척을 많이 한 거 같아서 찔린다.
예~전에 살짝 경험했던 일이지만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고 지금은 달라진 것들도 많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채 옛날 경험만으로 아는 척을 했던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비교를 하는 대상이 달랐을 뿐 누가 좋은 곳에 여행 갔다 왔다 하면 부러웠다.
내가 다녀온 좋은 여행을 자랑하고 싶었다.

결국...
나도 약간은 김 부장이었던 모양이다. (조금 다른 타입의...)

그래도 김부장이 인복은 있는 모양이다.
퇴직 후 밥 사 주러 오는 놈팡이 친구도 있고, 가장의 무게를 자연스럽게 나눠지는 아내와 아들도 있다.
그가 부끄러워하던 카센터 하는 큰형이 오히려 무던하게 일자리를 내어 준다.

큰형이 문득 사과를 한다.
귤 미안했단다.
마흔이 넘은 나이가 되어서도 어릴 때 있었던 일에 사과를 하는 큰형이 멋있다.

내게도 문득 부끄러움이 치밀어 오르는 과거의 기억들이 있다.
나도 언젠가 그렇게 과거에게 사과를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짧고, 강렬한 책이었다.
2, 3권이 기대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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