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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 3 - 송 과장 편

Feel/with Book

by 물빛미르 2022. 6. 2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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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송 과장이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 아니고 송 과장 이야기

김 부장과 정 대리, 권 사원을 거치면서 가장 궁금했던 송 과장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송 과장의 치열한 아침부터 얘기가 시작하는가 싶더니 금세 과거로 간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취업준비생 이야기가 시작됐다.

사실, 이런 얘기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송 과장이 1,2권에서 보여준 태도에서 나는 막연히 그가 사랑 많이 받고 큰 탈 없이 잘 살아온 사람일 거라고 예상했었다.
누구나 자기만의 고난과 역경을 넘어서 살아간다고는 하지만, 송 과장의 과거에 그렇게 어두운 시기가 있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송 과장의 과거에서 내가 가장 부러웠던 부분은 그의 현명한 아버지였다.
자살기도를 한 아들의 손을 잡고 정신의학과 상담을 받으러 가는 아버지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 속내를 깊이 감추고 묵묵히 아들을 기다리며 돕는 아버지의 모습이 멋있었다.
아들이 피아노를 칠 수 있도록 계란판을 들고 와 땀범벅이 되며 계란판을 붙이는 아버지.
강사 면접에 떨어졌다는데 그럴 수 있다고 말하는 아버지.
재즈 연주자 면접에 붙었다는 말에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아버지.
그런 가족이 있기에 삶을 놓아버리려 했던 송 과장이 다시 삶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리라.

가난하지만 정직한 아버지와 따뜻한 어머니 사이에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어린 시절을 보낸 송 과장이 처음 목표를 가지는 장면이 신기하다.
아버지의 친구가 60억 보상을 받았다니 그걸 자기도 받겠다고 목표를 세운다는 게 신기했다.
보통 주변에서 누군가 그런 걸 받았다고 하면 부러워나 하지 나도 받겠다고 목표를 세우지는 않을 거 같은데...
이 친구 너무 특이하다.
그래도 그 목표가 단순히 돈이 아니어서 좋았고, 그 목표를 향해가는 방법이 정직해서 좋았다.
돈만 바라보고 요행을 쫓는 이도 많고, 편법과 불법을 오가는 이도 많으니 말이다.
이런 송 과장의 태도는 아마도 부모님에게서 받은 가장 큰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송 과장이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모습은 별로 권장하고 싶진 않다.
무엇이든 너무 극단적인 것은 거부감이 든다.
송 과장이 부동산 박 사장님을 알게 되고 박 사장님과 나누는 대화 속에 담긴 지혜들은 좋다.
김치찌개 이야기도, 피자 한판의 교훈도, 비닐하우스의 어르신들도...
그 장면 장면에서 나오는 지혜들이 너무 좋았다.
같은 것을 보아도 같은것을 느끼진 않는다.
이래서 다양한 사람의 시선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구나 느낀다.

나는 약속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딱 2장면이 깊이 인상에 남았다.
흔히들 명장면으로 꼽는 성당 씬이 아니다.
전도연이 아버지와 대화를 하는 장면이 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는 먼 산을 바라보며 선문답을 하신다.

내가 저 산을 실제 소유하고 있지 않은데 평생 저 산이 내 산이라고 생각하고 살다가 죽은 사람과,
저 산을 실제 소유하고 있지만 평생 저 산을 팔지 않고 소유만 하고 있다가 죽은 사람.
둘에게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하고 말한다.

저 장면을 보면서 소유권을 행사하지 않는 소유물은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제대로 쓰지 못한다면 가지고 있지 않은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른 장면은 박신양이 술에 취해서 거지를 만나는 장면이다.
돈을... 만원을 줬던가??
그러면서 거지가 소중하게 싸안고 있던 가방을 뺏는다.
가방을 뒤집어서 내용물을 바닥에 부어버린다.
먹지 못하게 된 오래된 빵과 잡다한 쓰레기들이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아끼다가 결국 먹지도 못하게 되어버린 빵을 소중한 보물처럼 끌어안고 살고 있다고 말한다.

무엇이든 가치가 있는 시간이 있다.
나는 어떤 것을 소중하다고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는가?
내가 꽁꽁 싸매고만 있다가 결국 가치를 잃어버리게 된 것을 모르고 있지는 않은가?

이런 생각들을 하느라 정작 영화 결말은 기억도 안 난다
내가 이런 얘기를 했더니 회사 사람이 물었다. 약속이 철학영화였냐고 ㅋㅋㅋㅋ
엇... 얘기가 밖으로 너무 많이 샜다 ^^;
송 과장은 어떤 문제에 대한 타인의 시선을 열린 마음으로 듣는 게 좋았다.

돈이 어느 정도 생기면서 슬슬 본격적인 가치에 대한 얘기를 시작한다.
60억 보상이 끝이 아니란 얘기다.
흔히 꿈이 뭐냐고 물으면 부자라고 한다.
돈 많~이 벌어서 회사 때려치우는 거라고 한다.
송 과장도 돈 많~이 벌어서 회사는 때려치우고 싶었다.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이때 나눈 대화 중에 한 친구의 생각이 내가 회사에 대해 가지는 생각과 닮아있어서 반가웠다.
나만 특이한가? 했는데 그런 건 아니었다.

꿈 너머의 꿈을 생각해야 한다.
부자가 되고 나서... 그래서 뭐 할 거인지 물으면 우물쭈물 하는 경우가 많다.
좋은 집 사고, 좋은 차 사고, 여행 다니고... 다니고... 그리고... ㅇㅅㅇ ?

자신이 언제 행복한지, 무얼 할 때 행복한지
행복하고 싶은 건지, 편안하고 싶은건지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들여다봐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방문 열면 신발 신어야 하는 집에서 오래 살아봤다.
드라마에 나오는 여러 집이 연결되고 중앙에 수도가 있는 그런 월세 단칸방에서 화장실 가려면 신발 신고 퍼세식을 가야 하는 집에서 살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가난했던 우리 집이 조금 살만한 주택으로 이사가나 싶더니 어느 날 엄마가 사고가 났다.
한 달.
식물인간으로 엄마가 한 달간 대학병원에 누워있는 사이 집은 빠르게 엉망이 되어갔다.
그리고 겨우 의식을 찾은 엄마가 퇴원하고 돌아왔을 때부터 내 치열한 삶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내 소망은 소박해졌다.
언제 죽더라도 적당히 하고 싶은 것은 하고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이고 싶었다.
언제 죽더라도 너무 후회로 범벅되어 죽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그저 하루, 하루 살아가기만 벅차던 어린 내가 시간이 흘러 중년이 되었다.

책을 보는 게 유일한 취미였던 어린 내가 어느 날 죽기 전에 꼭! 유럽여행을 다녀와야지 하고 다짐했었는데,
어느새 다녀왔다.
사는 게 힘겨워서 20살까지만 살고 싶었던 아이는 이제 은퇴 이후의 시간을 고민하는 나이가 됐다.

이 책을 보면서 내가 관심 가질 여력이 없었던 분야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김 부장의 은퇴 후 삶과 송 과장의 은퇴 후 삶은 많이 다를 것이다.
나도 이제 내 현재와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내가 미쳐 보지 못했던, 혹은 무시했던 경제학에 대한 시선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이건 다른 이야기. 
개발 팀 후배가 취미가 없단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할까 싶어서 PT를 끊을까 고민한다길래 개발자 특유의 거북목이 심한 그 친구에게 필라테스를 권했다.
그러면서 블라 블라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퇴근길에 책을 보다 보니 송 과장이 말한다.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하는 게 꼰대라고 ㅋㅋㅋㅋㅋㅋ(아놔...)
다음날 아침 후배에게 사과했다. 꼰대질 해서 미안하다고... ^^;;;
아우... 진짜... 말조심해야겠다.
나이 먹을수록 지갑은 열고, 입은 닫으라고 했다지?
치열하게 공부했어도 조언에는 한없이 조심스러웠던 송 과장의 태도를 배워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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