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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 2017.07.28

Feel/with Movie

by 물빛미르 2017. 7. 3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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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울었다.

소희의 마지막 얼굴이 눈에 박혀버려 먹먹한 가슴으로 우는데,
까만 화면에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 위로
말간 목소리로 소희가 노래를 불러댔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하아....
한참을 눈물을 닦아내다 겨우 겨우 극장을 나서는데
울컥 울컥 자꾸만 얼굴이 떠올라서 감정이 쉬이 정리되질 않았다.


기대속에 영화를 예매해두고 호불호가 갈리는 인터넷 평이 있다는 소식에 조금은 아쉬워 하던 참이었다.
그래도 이 영화는 꼭 극장에서 봐줘야 할거 같았다.
적어도...
그정도는 해야 할거 같았다.
가슴아픈 역사를 그린 이야기가 맘에 들든, 안들든...
내 눈으로 보고, 우리가 이렇게나 이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줘야 할것 같았다.


감독은 너무도 많은 얘기를 하고싶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라지게 된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선악 구도를 잡아서 나쁜놈은 더 나쁘게, 피해자는 더 처절하게 그리면 쉬웠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게 불편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고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당당히 그런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게 현실이다.
모든 일본사람이 만행에 동참했다고 말할 수 없는것처럼,
모든 한국사람이 단순한 피해자로만 머물지는 않았다는것...


분노, 슬픔, 안타까움, 아픔 등등이 복잡하게 뒤섞여버린 감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꺼이꺼이 걸어가는 나에게 신랑이 문득 말했다.
'전쟁씬이 아쉽군'
갑자기 화가 버럭! 났다.
저 영화를 보고 냉정하게 영상미를 논하는 사람이 미워보였다.

거기다 신랑이 한마디를 더 보탠다
'소지섭이랑 송중기는 왜 있는거야?'
결국 못참고 화를 버럭! 내버렸다.

저 말도안되는 곳에 꼬마들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끌려가서 참혹하게 산 이야기를 보고
그렇게 말하는 그가 너무도 서운했다.

군함도를 보러 가기 전에 호불호가 갈린다길래 왜 혹평이 나왔는지 몇가지를 봤었는데,
그중에 '징용간 사람들이 술도먹고 담배도 피고 그정도면 징용도 할만 하겠다' 라고 쓰여진게 있었다.
그럼 니가 한번 가보라고 답을 달고 싶은걸 겨우 참았다...ㅡ.ㅡ;


최칠성(소지섭)과 박무영(송중기) 는 아마도 가상의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
영화는 시작할때 사실을 기초로 창작한 이야기 임을 밝히고 있고,
감독은 이런 사람이 있었음 좋았겠다 싶은 희망의 인물로 그들을 넣은것 같은 생각이 든다.

위안부로 끌려가서 독하디 독한 시간들을 보내고 엉망이 된 몸으로 군함도에 이른 오말년(이정현)에게
때리는 남자 한번쯤 막아주고, 다정한 눈길한번 보내주는 사람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독한 현실에서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도 모르고 막막한 조선인들에게
나갈 길을 보여주고 나쁜 친일파를 응징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참혹한 현실속에 희망하나를 심다 보니 그 희망이 너무도 어색하게 튀어버렸다.

그래도...
난 그 어색하게나마, 가짜로라도 넣어진 인물들이 고맙기만 하다.


이강옥(황정민)의 표정들은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는 찌질할때도 있고, 어설플때도 있고
비리를 저지르기도 하는 그런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 지옥에서 누구보다 처절하게 딸을 지키려는 아빠의 모습을 보인다.
딸을 다시 만났을때 소희를 안심시키기 위에 눈물 가득 머금은채
가슴으로 불덩이 하나 꿀꺽 삼켜가며 어거지로 지어내는 우스운 표정이 너무 강렬했다.

이강옥은 어떻게든 딸과 같이 지옥을 벗어나고 싶다.
자기도 살고싶은 마음이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이 풍진 세상'에 딸래미 하나 달랑 내보내면 어찌 살까 싶은 부모 마음이다.
하지만 현실이 긴박하게 흘러가고
결국 '딸 소희 만이라도' 라고 말한다.
이 지옥 밖의 세상도 녹록치 않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혼자 보내기가 걱정스럽지만
그래도 이 지옥보단 낫겠거니, 살다보면 좋은일도 있겠거니...
어떻게든 딸래미 살려보려는 부모 마음이다.


치열한 탈출장면에서 한 아이가 목이 터져라고 외쳤다.

'우리가 뭘 잘못했어~~!!!!'

그 대사가 가슴에 날이선 검처럼 꽂혀들었다.


욱일승천기를 쫙 자르는 장면이 그나마 소소한 사이다로 다가온다.
그 장면이라도 없었으면 영화보다 숨막혀 죽었을지도 모르겠다.


그 어린 아이가
어떻게든 살아보고 싶어서
'천황폐하 만세' 를 외치게 만들었던 거지같은 현실이다.

뼈만 남은 아이들이 쥐, 벌레가 득실대는 죽한그릇으로 연명하면서
가스가득한 탄광에서 죽어나갔다.
조선인들만 있는 구역이니 폭파해서 막아버리라는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군함도 징용의 증거가 남으면 안된다고 그 많은 조선인을 모두 탄광속으로 매장하려 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라니...


이 영화가 어떤 실수를 했더라도,
일본의 만행은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이 많이 보고, 많이 많이 알려져서
그들이 이런 뻔뻔한 행동을 할 수 없게 되었음 좋겠다.


하아...
생각하니 또 술이 부른다...

(분노에 차서 새벽까지 술을먹고, 군함도 얘기하다 생각나서 또 술을 먹고... 그렇게 주말 내내 ... 덕분에 술 엄청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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