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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 2017.08.11

Feel/with Movie

by 물빛미르 2017. 8. 13.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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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가 흘러나오면서 상큼하게 영화가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반가운 초록색 택시 안에서 송강호가 신나게 따라부른다.

데모를 하는 학생들에게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뭐하는 짓이야' 라고 혼잣말을 하는 송강호의 멘트는 그 시대의 어른들은 한번씩 다 했을법한 멘트.
1980년 5월이면 나는 이제 4개월쯤 컸을때였으니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국민학교(우리는 국민학교였다.)를 다닐때도 데모하는 대학생 소식은 많이 들렸었고 어른들은 으레 그런말씀들을 하셨더랬다.
먹고 살기 힘들어 학교를 보내는 일이 당연하지 않은 세대셨고, 그중에 대학까지 자식을 가르치는건 집안에 장손 하나 보낼까 말까 했으니 혀를 차는 어른들의 입장이 이해가간다.

툴툴대고 먹고살기 바쁜 택시운전사 송강호는 금쪽같은 딸래미 하나를 키운다.
단칸방에 들어가 딸래미 머리에 난 상처에 벌떡 일어나 한마디 한다고 쫓아갔다가 월세 밀린거 언제 주냐는 집주인 아주머니의 핀박에 결국 말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작고 초라해진 등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럴줄 알았다는 듯 들어가 저녁을 차리는 은정이의 모습에서 서글픈 월세살이 하던 어린시절이 문득 겹친다.

그때는 집한칸 있는게 참 유세였더랬다.
주인집 애들은 '주인집아이'라는 권력을 휘두룰줄 알았고, 월세에 서글펐던 부모들은 열심히 돈벌어서 내집한칸 마련하는게 삶의 전부였더랬다.

하루 10만원이라는 큰돈에 앞뒤 가릴 새 없이 뛰어든 송강호에게 광주 가는길은 평탄치가 않다.
사우디에서 일하면서 더듬더듬 배운 영어로 서툰 협상을 해가며 내려간 광주는 이상했다.

트럭에 가득 올라타 기세좋게 운동가를 부르다가도 카메라를 들이대니 금세 순박한 웃음을 짓는 아이들
광장에 들어선 택시 창을 두드리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며 주먹밥을 생글생글 건네는 아가씨.
서울에서 취재하러 왔다니 금새 우르르 길을 터주며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

그들의 평범하고 순한 얼굴들 하나 하나가 나중에는 가슴에 불을 질러댔다.
'지들도 모르것어유~ 우덜한테 왜그러는지'
왜 그런일을 당하는지도 모르는채 도시에 갇혀서, 아침에 인사한 이웃이 무차별 폭력에 피투성이가 되는걸 본다.
어제 같이 저녁을 먹으며 두런 두런 얘기를 나누던 학생이 신발한짝 벗겨진채 벌개진 발을 내놓고 주검이 되어 병원 바닥에 누웠다.
주먹밥을 해맑게 건네던 소녀는 재갈이 물린채 관안에 누웠다.


영화는 점점 더 무고한 이들을 짓밟아 갔고,
먹고 살기 바쁘고 내 새끼 하나 건사하기도 벅찼던 택시운전사마저 이내 운전대를 돌려 손님을 태우러 가게 만들었다.


가슴이 먹먹하니 힘들다.
머리가 아플만큼 울었다.

자꾸만 유해진이 환하게 웃으며 물기가득한 눈으로 조심히 가란다.
류준열이 자기가 잡고있을테니 제발 알려달란다.

집에 돌아오는 길이 이질감이 느껴질만큼
아픈 영화였다

예전에 본 웹툰 26년에서 그랬다.
우리가 이걸 잊으면 안된다고.
우리가 이걸 다 잊어버리고 아무도 기억하는 사람이 없기를 가해자들은 기다리고 있다고...
기억해야지.
많은 사람이 보고, 기억해 주길 바래본다.

하아...이 영화도...
빠져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릴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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