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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산이 높아야 골도 깊다.

Inside/진여사어록

by 물빛미르 2018. 2. 2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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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키는 163cm였는데 1947년생인걸 감안하면 큰 편이었다.

외할머니는 그리 크지 않으셨고, 아마도 외할아버지가 거구셨던 덕일듯하다.

엄마의 고향은 김천이었는데 고향마을에서 진장군이라고 불리셨다는 외할아버지는 상당한 거구에 장사였다고 했다.


하얀색 투피스를 멋지게 차려입고 외출하시던 엄마의 기억이 있다.

목이 갑갑한 걸 싫어하셨던 엄마는 패턴 무늬의 작은 쁘띠 스카프를 하얀 투피스 안쪽에 겹쳐지도록 코디해 넣고 가슴엔 포인트 브로치를 달았다.

하이힐 또각또각~ 멋지게 걸었던 엄마의 기억이 눈부시게 남아있다.


엄마는 키 작은 남자를 좋아하지 않으셨다.

키가 커야 속도 깊고 그만큼 포용력도 있는 거라고 하셨다.

사람이 커야 멀리 보고 넓게 보고 큰 그릇이 되는 거라고 하셨다.


물론 이 말은 누군가에겐 맞고, 누군가에겐 틀리다.
옛말이라는 것이 '그런 경우가 많더라~'하는 것이지 모두가 꼭 그렇다는 고정불변의 진리 같은 게 아니니까 말이다.

그런 경우가 많다 보니 살다 보면 '아~ 그 말이 이런 거였구나~' 하는 경험이 생기는 것이고,

그래서 그 말을 또 후세에 전하다 보니 옛말이 아직도 내려오는 것이리라.


#3.

산이 높아야 골도 깊다


엄마는 키가 커야 속도 깊다라는 뜻으로 주로 사용하시긴 했지만,

살다 보니 이 말은 비단 그런 의미만 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우여곡절이 많은 삶은 우리에게 그만큼 깊은 속내를 가지게 했다.


많은 실패를 경험한 사람은 그만큼 높이 올라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고,

높이 올랐다고 자만했다가는 더 깊이 떨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사람의 인생을 통계를 내면 좋았던 날과 안 좋았던 날의 수치가 거의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심하게 안 좋은 날은 언젠가 심하게 좋은 날이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견디어지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괜찮아지는 것이 삶인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은 모두 자기만의 높은 산을 오르고, 자기만의 깊은 골짜기를 지난다.

많이 아파본 사람은 건강의 소중함을 알고,

죽을고비를 넘겨본 사람은 삶의 소중함을 더 깊이 느낀다.


내 인생은 오르락내리락 많은 곡선을 그리며 어지럽게 생겼지만,

10살 어린 나이에 경험한 엄마의 사고가 많은 것을 깨닫게 했다.

그 사고로 내 어린 시절은 아주 깊이까지 바닥을 쳤지만,

평범하고 예쁜 저녁 빛나던 한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허무하게 끝날수 있는지 배웠다.


그 아프지만 소중한 경험 덕에 내 삶의 시간들을 하루하루 열심히,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으니 다행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기에 삶이 더 찬란한 것이 아닌가!

오늘 행복하자!

내일 말고, 먼~ 미래에 말고...


지금!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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