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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 살이라도 어릴 때...

Inside/진여사어록

by 물빛미르 2018. 2. 2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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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엄마들과 다른 엄마여서 얻는 이점이 하나 있었다.

교복 치마를 줄여 입어도, 치마를 둘둘 말아 올려 입어도,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와도, 쇼트 팬츠를 입어도 뭐라 하지 않으셨다.


물론, 한겨울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오면

멋지기다 얼어 죽는다~

정도는 하셨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뭐라 하지 않으셨다.


#4.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하고 싶은 거 다 해라.


뭘 해도 어릴 때 하면 이쁘단다.

뭘 해도 나이 들면 추하니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입고 싶은 것도 입고, 하고 싶은 것도 다 하라셨다.


막내동생이 찢어진 힙합 청바지를 바닥에 질질 끌고 다녀도,

으그~ 저거 동네 청소 다 하고 다닌다!

라고 한소리 하시지만, 당장 벗으라고 난리를 치거나 다른 집처럼 내다 버린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어릴 때는 어려서 이쁘다는 말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여드름이 12살 이후로 끈질기게 나를 괴롭혀서 피부가 고민이었던 나는 사회생활 시작하고 회사 언니들이 내 피부를 보며 피부 좋다 할 때 도대체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트러블 투성이 피부가 도대체 어디가 이쁘다는 건지... ㅡ.ㅡ;

나이가 한 살, 두 살... 어느덧 서른이 되어갈 무렵 지나가는 학생들을 보다 알게 됐다.

여드름이 있어도 환하고 반짝이는 피부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리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알게 되는 때는 보통 나이가 들어서이다.

아이고... 23살이래~ 좋겠다!!!

이러고 외치던 나이가 27쯤이었다.


어느 날 보니...

좋을 때다~라고 말하게 되는 나이가 점점 올라갔다.

20대 후반에는 20대 중반만 되어도 부러웠는데, 서른이 넘으니 20대에 앞자리를 걸고만 있어도 부러워졌다.

그리고 어느 날 보니, 중년의 아주머님들은 내게 좋을 때다~ 하셨다.


엇?

나는 남은 생에서 가장 젊은 날을 살고 있는데 그걸 몰랐다.


엄마가 말씀하셨던 한 살이라도 젊은 때라는 건 지금이었구나...

지나가버린 시간이 아니라 내년보다 젊은 지금을 말하는 거였다.




더 늦기 전에 사고를 치기 시작했다.

그래도 내년보다는 지금이 수습하기 나은 나이라며 위로를 해가면서... ^^;


2014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그동안 모아뒀던 얼마 안 되는 돈과 퇴직금을 합산했다.

회사 잘 다니고 있던 신랑도 그만두게 하고 신랑 퇴직금까지 모았다.

전세보증금까지는 미래를 위해 손을 댈 수 없지만, 현금은 모두 동원해서 유럽으로 떠났다.


내가 전재산에 퇴직금까지 들고 유럽을 가자 하니 신랑은 너무도 당황 스러 했다.

그때만 해도 내 나이가 35살, 신랑은 39살이니...

다녀와서 과연 취직이 가능할까 망막한 게 사실이었다.


지금 다녀오는 게 마흔 넘어 다녀와서 복직하는 거보다 나을 거라고 신랑을 설득했다.


전재산이라고 해봐야 현금 1500만 원.

3개월간 둘이서 유럽을 돌기에 넉넉한 돈은 아니었지만,

샌드위치 먹어가며 11개국을 보고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돌아왔다.


물론 돌아와서 바로 쉬이 복직이 된 건 아니었지만,

현재 우리는 회사생활을 다시 잘 하고 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다녀왔던 유럽여행은

그 후부터 지금까지 몇 년간의 회사생활 동안

지칠 때마다 함께 추억을 얘기하면서 힘을 얻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내 남은 생에서 가장 젊은 오늘~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을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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