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며...
우리 엄마는 참 재주도 많고, 멋진 분이셨다.
내가 10살 되던 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인 채 한 달을 보내야 했고, 기적적으로 깨어나 거의 거동이 불편하시고 평생 병을 안고 사셨지만 나에겐 빛나던 엄마의 기억이 있다.
10살의 작았던 나는 가끔 엄마 병간호에 지치기도 했지만, 다 크고 보니... 그렇게라도 엄마가 있어서 우리가 흩어지지 않고 함께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우리 자매들은 간혹 엄마 얘기를 한다.
엄마가 그러셨지...
그러게~ 엄마가 그러셨지~
우리 엄마는 참 많은 명언을 남기셨고, (그중에 일부는 자매들을 향한 거침없는 팩폭이긴 하지만... ㅡ.,ㅡ) 이제 생각해보니 울 엄마 참!! 현명하셨다.
아픈 엄마 그늘이어도 옹기종기 당차게 자라난 딸내미들은 어느새 나이가 들어 벌써 망각이라는 신의 선물이 원망스러울 지경까지 왔기에... 더 늦기 전에 엄마 어록을 기록해볼까 한다.
진여사(엄마) 어록은 엄마가 하신 말씀도 있고, 옛 말을 엄마가 전해주신 것도 있습니다.
엄마가 해주셨던 말씀과 추억,생각들을 엮어 작성될 예정입니다.
이건 엄마가 사고 나기 전 나를 데리고 안양중앙시장을 가셨을 때 하신 말씀이다.
겨울이었는데 엄마 코트 안으로 나를 쏙 감싸주셨던 기억이 난다.
엄마는 시장을 가면 건물에 입주해 간판을 단 가게보다 시장바닥에 보따리를 푼 분들의 물건을 주로 사셨다.
그날은 우리가 지나가는데 할머니와 실랑이를 해대는 아주머니 한 분을 보게 됐다.
시금치 천 원어치 사면서 한주먹 더 담자고 실랑이를 하시는 아주머니를 보고 나서 엄마가 내게 저렇게 말씀하셨다.
꽤 어린 나이었는데도 저 말씀이 너무도 멋졌다.
우리는 그냥 조금 덜 먹으면 되지만 저분들은 저 한 줌씩이 모이면 금세 천 원어치 시금치가 되어버리니까...
하루 벌어서 그 돈으로 집에서 기다릴 자식들을 먹여 살려야 할지 모를 사람들에게 그러지 말자는 엄마의 말씀이 어린 나이에도 참 멋있었다.
요즘은 길가에서 노점 하시는 분들이 노점 끝나고 외제차 타고 가신다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엄마 말씀이 자꾸 생각이 나서 시장에선 주시는대로, 조금 바가지를 쓰더라도 부르는 값 드리고 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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