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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Feel/with Book

by 물빛미르 2022. 3. 1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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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을 읽고 말랑해진 마음을 조금 더 느긋하게 붙잡고 싶어서 휴남동 서점을 집어 들었다.

이야기는 쉴 휴 글자가 들어간 휴남동에 생긴 작은 서점의 개점부터 서점의 시간을 따라 흘러간다.
서점을 하는 게 꿈이라는 주인공 영주는 차분하고 느슨한 인상이었다.
이름부터 똘똘하고 성실할 거 같은 아르바이트생 민준이 일을 시작하고, 원두를 판매하는 고트빈의 지미가 더해졌다.
아들 때문에 고민이 많은 동네 아줌마와 그 아들인 민철도 관계를 더한다.
몇 시간씩 가만히 앉아있다가 하루 종일 수세미를 뜨는 정서도, 책 추천이라면 엄청난 언변을 자랑하는 상수도 더해진다.
동네 서점을 드나드는 단골손님과 작가들이 더해지면서 차분하고 느슨하던 영주가 변해가는 게 느껴진다.

독서토론회를 하면서 나누는 책 얘기,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에서 인용되는 책의 구절들.
실업문제부터 문장에 대한 이야기, 행복의 정의, 좋아하는 걸 하고 살아야 하는지 잘하는 걸 하고 살아야 하는지 등등
책 속에서 펼쳐지는 대화의 주제가 너무도 다양하다.

민준이 단추를 열심히 만들어달아 놨는데 잘 꿰려고 보니 단춧구멍이 없는 옷이라는 얘기에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사회가 일자리 창출을 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하다가 생산성이 이렇게 높아진 사회에서 일자리 창출을 얘기할게 아니라 모두가 먹고살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말에 동감도 표해본다.
등장하는 책이 나도 읽고 싶어서 책을 읽다 말고 나온 책을 검색해서 북카트에 담아두기도 했다.

좋은 문장에 대한 얘기를 보니 내 글도 물어보고 싶어 진다.
좋은 의도를 가리는 나쁜 문장에 대한 설명을 보니 그동안 톡으로 대화할 때 상대가 오해를 하던 상황이 떠오르며 내 문장들이 그런 게 아닐까 싶어 진다.
그래서 현승우 작가의 책을 또 북카트에 담으려고 찾아보니... 그런 책이 없다 ^^;
살짝 배신감...ㅋㅋㅋ

가족 같은 회사를 강조하면서 책임만 같이 지자고 하고 이윤은 나누지 않는 기업인들의 얘기에 같이 분노가 일어난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들 때문에 미치고 팔짝 뛰겠는 엄마의 마음에 내가 덩달아 답답하다.
자식,남편 얘기 말고 자기 얘기를 하자며 자신을 희주라 소개한 민철 엄마의 독서모임에서 잊혔던 자신의 이름을 찾은 엄마들의 수다에 눈시울이 시큰해진다.

휴남동 서점을 읽으며 휴남동 서점에 머물러 있는 동안 나도 그들과 함께 느리고 무던하게 흘러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서점과 자리를 잡아가는 사람들 사이에 나도 자리를 잡아보고 싶어졌다.
잘 흔들리고 잘 중심을 잡은 그들처럼 나도 잘 중심을 잡고 싶어졌다.

식물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엄청나게 많이 흔들리고 있는데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우리 눈에 가만히 있는 거처럼 보이는 거라고 하던데...
그렇게 마구마구 흔들려서 잎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거라고 하던데...
휴남동 서점에 오는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엄청 흔들려서 꽃을 하나씩 피워내고 있는 거 같았다.

나도 무언가를 꼭 해내야 할거 같고, 모든 게 정갈해야 할거 같은 강박에서 벗어나서 조금 흐트러져도 괜찮고 싶어졌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으면 성공한 인생인 거 같다는 얘기에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그 좋은 사람 한 명이 되어주고 싶어졌다.
휴남동 서점은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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