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떤사람이 내게 '당연하다'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아냐고 물은적이 있다. 당연하다는건 아무 이유없이 그렇다는말인데 그게 얼마나 무섭냐고 했었다.
당연하다는 말은 우리 일상에서 생각보다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당연하다는 것의 기준을 아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도 선뜻 그 기준을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할꺼란 생각이 든다.
국어사전상 당연하다의 정의는 '일의 앞뒤 사정을 놓고 볼 때 마땅히 그러하다' 이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당연하다라는 말은 앞뒤 사정은 짤라먹고 독불장군처럼 불쑥 불쑥 등장해서는 한바탕 감정을 휘저어놓고 당당히 퇴장하곤 한다.
연인사이에서, 직장 동료와의 대화에서, 심지어는 거래처와의 업무 조율에서도 간혹 이녀석의 횡포를 볼 수 있다.
남자친구가 이렇게 해주는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여자와 그것이 전혀 당연하지 않은 남자의 말다툼이 아마도 가장 많은 경우일것이다.
사람은 모두가 다른 환경에서 각기 다른 자극을 받으면서 성장하고, 살아간다.
각자의 환경이 모두 다른것처럼 생각의 틀도 다른것이 너무도 당연하다.
결국 내게는 당연한것이 상대에겐 당연하지 않을 가능성도 꽤 높다는 사실!!
개발자로서 일하면서 나를 가장 분통터지게 하는 '당연'은 사장님, 기획자, 고객의 입을 통해서 능청스레 흐러나오는 '당연'이다.
'이런건 당연히 되어야 하는거 아니에요?'
부터 시작해서...
좀더 쑥쑥 자라면 '이 메뉴에서 이게 되는건 기본이지!!!' 라고까지 성장해주신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나는 기본이 없는 개발자 무리로 휘딱 던져져서 살기위한 헤엄을 쳐야만 한다.
사적인 사이는 서로가 생각하는 당연의 공집합이 다르면 좀 싸우고 해명하면 그만이지만 개발에서는 당연의 공집합이 다르면 일이 된다.
작게는 간단한 자바스크립트 체크문장 추가부터 크게는 기본 구조를 뒤집어야 하는 일도 생기곤 한다.
이런 공적인 상황에서는 '당연'이라는 모호한 말로 의사소통을 하고 상대방이 알아서 해주길 기대하는 행동은 '당연히' 말도 안되는거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그러다 보니...
테스트 주도 기획을 회사에서 좀 받아들여 주었으면...싶은 소망이 간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