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마메의 이야기로 시작해 덴고의 이야기가 번갈아 이어지는 형태의 구성.
첫 문장을 읽으면서 나는 바로 1Q84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고 책장을 덮을때까지 그 세계에서 펼쳐지는 일이 너무도 궁금해서 중간 중간 일상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싫어질 만큼이었다.
하루키의 책들은 언제나 몽롱할 만큼 빠르게 나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 주곤 하는데 1Q84는 더욱 빠른 속도로 세상을 열어주었다.
중간 중간 등장하는 풍부한 인용들도 좋고...
어느새 야나체크의 심포니에타를 꼭 들어보고싶다는 욕망에 시달리며 1권을 덮었다.
2권을 함께 빌려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1권을 덮었다.
조금씩 이야기의 중심으로 들어가 이제 겨우 끝을 보려고 하고 있다.
1권에서 처음 만난 1Q84의 세상은 처음이 주는 낯설음과 긴장감으로 이야기를 따라갔다면 2권에 들어서면서는 아오마메와 덴고, 후카에리가 생생하게 내 곁에와 앉았다.
지금 창문을 열고 하늘을 올려다 보면 저만치 낮은 하늘에서 그들이 보았던 달을 발견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내면을 깊이 열고, 주변을 조용히 감싸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나누다가 어느새 끝나버린 2권은 당장 내 옆에 3권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서럽게 만든다.
2권의 책장을 아쉬움을 가득안고 덮어버리고 나서 3권을 빌릴수 있을때 까지 1주일이 좀 넘는 시간동안 나는 매우 조급해져 있었다. 책 빌리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렇게 재촉을 해본것도 처음이었던거 같다.
3권의 첫 챕터는 우시카와로 시작한다. 우시카와... 난 잠깐동안 이게 누구였지? 하고 생각해야만 했다. 그에 대한 묘사를 읽는 순간 금새 내 머릿속 등장인물중 한명이 앞으로 나서고 가슴에 우시카와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그리고.. 덴고와 아오마메 두사람이 이끌어 가던 이야기 진행자자리에 합류를 했다.
세사람의 행적은 보는이를 안타깝게 하면서 서로를 스쳐가고 가슴을 졸이면서 한참을 지켜보게 했다. 마침내 이야기의 끝부분에 이르를때... 먹먹하던 가슴이 가만히 가라앉으며 초연하게 그들을 향해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소설을 읽을때 나는 곧잘 주인공이 되고, 조연이 되어 그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한참을 힘들어 하곤 한다. 이건 영화를 볼때나 연극을 볼때도 그런데 주로 연극의 파장이 가장 오래간다. 천성적으로 감정이입을 잘 하는건지 나중에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된건지 모르겠으나.. 아니다.. 감정이입을 잘 하는게 아니고 잘 되는거다. 내가 하려고 한적은 한번도 없으니...
이 소설만큼 이야기 하나하나 마다 그들이 되고 싶고, 그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한 소설은 꽤나 오랜만이다.
후카에리의 예쁜 외모는 감히 닮고싶다고 할 수 없는 그것임을 알지만 그녀의 독특한 세계가 부러웠고, 그 맑음이 부러웠다. 아오마메는... 인물 중 가장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었으며 소설을 보며 내내 그녀와 나를 겹쳐보곤 했다.
덴고는... 그 듬직하고 정직한 품성이 너무도 멋있어서 현실에서 그를 본다면 분명 사랑에 빠질거라고 단언할 수 있는 ... 그런 사람이었다.
그리고 ...우시카와.
그의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나 세상으로부터 받는 외면의 시선을 친숙하게 달고 다니는 모습에서 나를 볼 수 있었다. 예쁜것과는 거리가 멀고, 흔히 말하는 호감가는 인간형이 아닌 나는 우시카와의 이야기들을 어쩔 도리 없이 공감하고 있었다.
그 만큼 명석한 두뇌가 없지만... 나도 반대급부로 지혜를 쫓았었다. 뭐..아직도 불충분한 지식에 그치고 있지만 말이다...
책을 덮고나서... 거울앞에서 머리 사이로 귀를 살짝 내놔본다.
왠지.. 내게도 핑크빛 귀가 있지는 않을까? 약간의 기대를 하고...
내 귀는... 작고, 못생기고... 핑크빛이라기 보다는 창백한 모습을 하고 삐져나와 있다.
이상하게도... 내게도 핑크빛 귀가 있었으면... 하고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