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달을 먹다

Feel/with Book

by 물빛미르 2011. 10. 5. 16:34

본문

728x90


책장을 넘기는 내내 단락마다 무던히도 견디기만 견디기만 하는 그들의 아련함에 내 가슴이 너덜너덜 상처가 생겨나더니 희우가 난이를 찾는 장면에 그만 둑터지듯 터져버려 엉엉 서럽게 울며 책장을 넘겼다. 엉엉 우는 와중에도 내 눈물이 책장에 떨어지면 그들의 이야기에 누가 될까 싶어 책을 눈앞에 들고 눈물로 가득해 굴절된 글들을 꾸억거리며 읽다가 목이메어버렸다.

참 예쁘고 여린 감성들의 주인공들이 어쩌면 그리도 얽히고 섥히었는지...
보는 내내 안타까운데도 그들은 또 어찌그리도 잘 감내를 하는지...
옛사람들의 그 무던함에 속이 터지고, 어찌할수 없어서 터져나오는 그들의 소심한 행적 하나 하나에 눈길이 머물었다.

잘 그려진 수묵담채화를 한필에 그려내는냥 쏟아내는 글귀들이 묵빛이었는데도 어찌나 수려한지, 홀랑 마음을 빼앗겨서 눈시울 붉혀가며 그들을 안타까워했다.

이리도 보고, 저리도 보는 구성이 참 좋기도하고, 참 애타기도 했다.
여인의 글에선 여인 빛이 나고, 남자의 이야기에선 남성스러운 필체가 흘러 뚜렷히 성을 구분할 수 있었다.
웃음소리, 주저앉는 모습하나도 어찌나 표현을 잘 가져다가 그려 놓았는지... 털썩, 철푸덕, 흐느적, 와르르 많은 의태어로 수식한게 아닌 모래성 무너지듯 내려앉는다는 소리가 어쩌면 그리도 꼭맞게 그렸는지 감탄스러웠다.

안으로만 삭히고, 시간을 들이고, 감내하고...
(참는다는 표현보다 이들에겐 감내라는 표현을 써야만 제대로 표현하는것 같다.)
참... 지질이도 참을성 많다.
정말 저러다 죽지...싶게 그들은 살아가고 있었다.

묘연, 하연, 향이 난이... 여문과 희우... 후인과 후평...
이름 하나 하나에서 주는 이미지 그대로 꼭 그렇게 생긴 주인공들이 꿈속에서 튀어나올것만 같다.

아... 정말 부러운 글솜씨였다. 


17 page
대는 맑아서 누가 없고 굳어서 변하지 않고 비어서 용납한다.


고려 말기 문신 안축의 말이라 한다. 사군자중 가장 좋아하는것으로 단연 대를 꼽는 내게도 너무 마음에 드는 문장이다.

75 page
밤에 보는 미선나무 꽃은 지상에 떨어진 별이었다. 하여 그 속성대로 밤에만 빛이 났다. 하지만 언제나 하늘에 발각되지 않을 만큼의 밝기만을 유지했다. 대개 빛나는 것들은 가까이 몰려 있으면 안 되는 것이 하늘의 법도였다. 그 뚝 떨어진 간격이 힘겨워 도망나온 별들이었다. 하늘에 들켜 도로 잡혀가지 않으려면 진짜 별처럼 진실하게 빛나서는 안 되었다.


행간에 담긴 풍경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시한편 가슴에 쿵! 떨어진양 한참을 아!!! 하고 감탄하고 있었다. 흑단마냥 까맣게 펼쳐진 밤아래 처연하게 빛나는 미선나무 꽃이 눈앞에 똑똑 떨어지는듯 문장이 너무도 예뻐서 미선나무 꽃보다 그 표현이 더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728x90

'Feel > with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람이 분다, 가라  (0) 2011.10.05
카시오페아 공주  (0) 2011.10.05
설국  (0) 2011.10.05
탐정 갈릴레오  (0) 2011.10.05
예지몽  (0) 2011.10.04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