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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다크

Feel/with Book

by 물빛미르 2015. 9. 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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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알보알을 오가는 비행기에서 가볍게 들고 읽기에 좋은 두께의 책이었다.


하루키의 스타일이 1Q84를 기준으로 약간 변한 거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애프터 다크 역시 이전의 하루키 스타일이 아닌 1Q84 느낌이 더 나는 책이었다.
물론 하루키가 공통적으로 가지는 현실 속에 함께 존재하고 있는 모호한 시공간의 그림자는 이 책에서도 볼 수 있었다.


어쩌면 하루키는 현실을 살면서도 현실 아닌 곳을 드나들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아주 아주 미세한 드론 카메라가 지켜보는 거 같은 특이한 시점의 화자가 독특했다.
마치 영화로 만들면 카메라 워킹이 이렇게 들어가야 한다고 가이드해주는 거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어쩌면 화자는 감독인지도 모르겠다.


마리와 에리.


책의 중심 이야기는 두 자매의 이야기이지만 그녀들 사이에서 이야기를 끌어내 주는 밴드 주자가 있다.
그리고 어두워진 도시에서 각자의 사연을 품고 다치고, 달아나고, 쫓기고, 쫓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흘러갔지만,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어린 그녀들의 사건이다.
얼어붙어버린 마리를 꼭 끌어안고 자신에게 되뇌듯 동생을 감싸려는 듯 꾸역꾸역 속삭이던 에리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것만 같다.
내게도 지켜야 할 여동생이 둘이나 있었고, 에리의 그 마음이 어떤 건지 너무도 강렬하게 알 것 같은 탓이리라.
혼자 어둑해진 비행기 안에서 그 장면을 읽으며 한참이나 훌쩍거려댔다.


지나가지 않을 것 같던 밤이 많은 사연들을 삼킨 채 빛을 피해 밀려나고...
다음 어둠이 올 때까지 아직 시간은 있다는 마무리가 울림을 남긴다.


다음 어둠이 찾아오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알고 있다.
밤이 또 오리란 사실을..


이번에도 꿋꿋이 잘...
괜찮다고 나를 끌어안으며 이겨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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