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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Feel/with Book

by 물빛미르 2016. 3. 3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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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이 조금 어색했다.

분명 히가시노의 느낌은 나는데 콕 찝어 말하기 어렵지만 뭔가 다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이라고 이름붙은 세계로 들어가는 문은 좁았다.

아주 작은 구멍이 군데 군데 뚫려 있어서 눈을 꼭 붙여 대고 겨우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느낌이었다.

이 구멍에서 이쪽을 조금보고, 옆 구멍에서 저쪽을 조금 보고...

한 부분을 볼만한 구멍이긴 하지만 전체를 시원스레 볼 수 없어 답답했다.

어딘가 이어진거 같긴 한데, 어디서 이어졌는지 너무 궁금했다.


그렇게 부분부분 구멍들을 따라 책 속 세상을 들여다 보고 마침내 마지막 구멍을 들여다 보니,

갑자기 모든 구멍들이 하나가 되면서 문이 벌컥 열렸다.


나미야 잡화점을 중심으로 연결된 사람들...

그들 각각이 모두 주인공이었다.

작은 구멍 하나 하나 마다 다른 주인공이 있었고, 그들과 공감하고 걱정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나니

마침내 열려진 세상을 마주하면서 마치 오랜시간 내가 이곳에서 살아온 기분이 들었다.


사실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는일은 생각보다 자주,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다.

원하든 원치 않든 주변의 누군가는 크고 작은 걱정들을 상담해 오니까...

생각해보니 나는 나미야잡화점의 주인만큼 고심의 고심을 거듭해서 진심으로 대답해 주진 못했던것 같다.

그 고민은 내 것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었던 모양이다.


결국...

진심으로 들어주지 않은거다.

깊이 공감하지 못한거다.


어느새 말만 많고, 나만 중요한 이기주의자가 되어버린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야 한다던 꽃할배 이순재 선생님의 얘기가 크게 울려온다.

더 깊이 들어야 하겠다.

이제는 새로운 인연보다 내게 남은 인연들을 이어가는것이 더 소중한 나이가 되어버렸다.

더 깊이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내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히가시노 특유의 추리 소설은 아니었다.

어마어마한 반전이 있는 짜릿한 소설도 아니었다.


하지만 ...

흑백 TV에서나 볼 것 같은 조금은 촌스럽지만 따뜻한 세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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