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의 작가가 오랜만에 내놓은 책이라는 광고문구때문에 집어 든 책인데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강하게 시작하는 이야기가 점점 더 시야를 넓히며 진행되고, 진지한 이야기 속에서도 이야기의 무게를 잘 조절하여 너무 무거워서 읽기 힘들지 않은선까지만 아슬 아슬 끌고가고 있었다. 이야기가 과하게 무거워진다 싶을때면 특유의 유머감각이 등장해서 지루하지 않게, 너무 가라앉지 않게 적정선을 유지해 간다.
캐릭터들은 하나하나 너무도 섬세하게 그려서 마치 알고있는 인물을 보는것처럼 상세하게 그들을 볼 수 있었다.
이제 막 이야기의 중심에 다가서서 그 문을 보기 시작한 주인공을 보여주며 1권은 마무리 되었다.
이 이야기... 어떻게 3권에서 마무리될지 매우 궁금해진다.
2권...
이야기의 전개가 장난 아니다...
바이퍼케이션의 의미가 드러나고, 주인공들의 오래된 이야기들이 수면으로 올라왔다.
사건을 풀어나가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고 점점 해박한 작가의 지식에 놀라고 있다.
그리고...
마치 그리스 신화책을 한권 사서 꼼꼼히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분명 픽션일진데 넌픽션과 픽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이우혁만의 스킬이 장난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 펼친책을 하루만에 거의 다 읽어버리고.. 오늘은.. 뒷부분 살짝 남은 이야기를 보자마자 3권을 펼친다...
결말...
점점 진심으로 궁금해지고 있다.
3권...
결론부터 말하자면 즐거운 기분으로 웃으며 덮어지는 책은 아니었다.
이야기는 내가 예측할수 없는 방향으로 제목 그대로 바이퍼케이션을 일으키며 정신없이 튀어다녔다.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이야기를 정신없이 따라가면서 사람의 내면도 보고, 사회도 보고, 사랑도 보고... 데카르트의 '코기토 에르고 숨' 을 사색하게 했다.
선과 악의 경계선이나 삶과 죽음의 의미 등...
잔인하기 그지없는 살인현장들을 수없이 묘사하는 그에 책에서 도리어 삶을 보는 상황이 벌어졌다.
융의 정리, 프로이트의 심리학, 최면술, 공학이론, 그리스 신화...
정신없이 쏟아지는 이론들 속에서 머리가 지끈거릴정도였지만,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현실로 방금 돌아온 멍한 느낌이 든다.
사람이 가지는 오감 외에 우리는 육감이 있다고 얘기한다.
마지막 작가의 말처럼... 육감이상의 수많은 감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명을 나는 보지 못했다.
물론 증명이라는 것은 어떤것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편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보다 쉽다.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모든 전제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지만, 있다는 것은 존재하였다는 증거 단 한케이스만 보여주면 되기 때문이다.
작가가 예로 든 박쥐라든가 미물들의 재난감지 능력을 들지 않더라도, 세상에 인간이 느끼고 아는 것이 전부라고 주장하는 건 너무 편협하지 않은가...!!
물론 나는 내가 존재하기에 세상도 있는거라고 생각하고 살아간다.
이기적으로 살겠다거나 우월감을 가졌다는 견지가 아니라 내가 죽는 순간 세상이 존재하건 말건 더이상 내게 아무 의미도 없어지기에 일단 내가 존재하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어야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것이다.
이 책을 덮으면서 머릿속에 해일처럼 많은 철학적 고민들과 생각들이 밀려들어온다.
마치 지금 어딘가에 주절거리기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괜찮은 책이었다.
느낌상으로만 보자면 작가의 전작인 퇴마록 보다는 마지막해커를 다 읽고난 뒤 내려앉은 그것과 비슷한 무엇이 남는다.
웃으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행복한 기분으로 꿈을 꿀 수 있는 책은 아니었으나... 감히 잘 썼다는 평은... 꼭 ... 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