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아픈 책이었다.
가슴아플 수 밖에 없는 이야기라는건 알고 책을 열었으나... 알고 대한다고 아픔의 크기가 줄어드는것은 아니었다. 미쳐 모르고 있었던 잔인한 사실들을 들여다 보면서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것은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우리의 아픈 역사...
모든 조선인이 좋은사람이 아니고, 애국자가 아니었듯, 모든 일본인이 악랄하고 나쁜사람은 아니었겠지만... 그들의 일부라 할지라도 빼앗긴 자의 입장에서, 짓밟히는 자의 입장에서 대하는 그들은 증오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고귀하게 태어났으나 너무도 가슴아프게 살다가 스러져 버린 조선의 마지막 황녀...
그녀의 말처럼 그녀가 일개 조선인이 아니었기에 그녀의 행보가 너무도 가슴아프고, 아픈 역사를 똑바로 바라보고 보듬지 못한 대한민국의 시작이 안타까웠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내 떨어지는 눈물은 아무리 참으려 해도 울컥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아파서.. 읽는 이틀 내내 눈이 벌~겋게 되어 있었다. 너무도 일찍 철들어버린 총명한 아이... 그녀에게 끝내 이름을 주지 못한채 무너져버린 고종...
허울뿐인 임금자리에서 모욕을 견디며 갑갑하고 어두운 현실을 어떻게든 해보려던 고종의 몸부림. 그 처절하기 그지없는 손을 앞에두고 냉정하게 고개를 돌려버렸던 국제 사회가 너무도 야속하다. 그래.. 그들도 그들의 국가가 중요했겠지. 자신이 일단 살아야했겠지... 그렇다고 그속에서 짓밟혀버린 국민들의 울분이 삭혀지는것은 아닐것이다.
아버지 허승과 덕혜옹주를 (공주라기 보다는 옹주라는 말이 더 예쁘게 다가온다.) 끝까지 보필했던 허복순. 그녀를 가슴에 담고 삶을 송두리채 내던진채 그림자처럼 그녀를 위해 동동거렸던 박무영... 아니 김장한.
동생이랑 잘 먹고 살아 보겠다고 욕 먹어가며 일본 앞잡이가 된 이갑수가 밉지만 그 안쓰러운 동생 기수앞에서 마지막으로 솔직했던 그가 또 한없이 미워할수만은 없게 한다.
모진 삶이 내려앉은 자리에 젊음이 스러지고, 안타까운 사람들이 스러져갔다.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지만... 독립과 함께 그간 힘겨운 삶을 버텨낸 사람들을 서로 보듬어 줄 수 있어야 했는데... 그러기엔 그들 각자의 삶도 너무 힘겨웠더랬다.
대한민국 정부가 세워지고 마지막 황족에대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초대 대통령의 처사가 책 말미에 불끈 화를 돋운다.
참... 예쁘게도 슬픈 책이었다.
참... 안타깝고 화나는 책이었다.
책 말미에 사실로 확인된 그녀에 대한 진실들이... 이것이 소설이었으면, 허구였으면... 제발 이게 사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며 가슴 한구석에서 그저 슬픈 소설이길 빌고 또 빌었던 바램을 스러트리며 한바탕 눈물을 쏟아내게 했다.
꺼이 꺼이... 책을 덮고 울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이틀동안 훌렁 읽어버린 새벽에 이 모든 이야기를 그녀가 실제로 겪었을 거라는 사실에 한참을 끅끅거려야 했다.
이제까지 그녀를 몰라서 미안하고...
이제서야 그녀를 알아서 미안하고...
그녀가 그렇게 살아가도록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사람들중 누군가의 피를 물려받아 태어난 후손이라서...그 또한 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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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명한 아이오.
너무 이치에 밝아 마음을 다칠까 두렵소.
아비의 마음이... 깊고 아프게 울려나는 문장이어서 한번에 가슴 깊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