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사건의 전체를 볼 수 없다.
실종신고된 여인들의 시체가 발견되고, 일가족 살인사건의 유일한 생존자 학생이 목격자가 되고...사건은 풀릴듯 말듯 긴장감을 주며 흘러간다.
특별 수사팀은 매우 유능한 형사들로 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범인의 근처도 가지 못한채 두 구의 시신만 돌려받았다.
실종된 여인들의 르포를 쓰기 시작한 기자와 범인의 도구로 희생되어 버린 여학생...
모방범의 작가는 독자를 일본의 이곳 저곳으로 순간이동을 시키며 인물들을 보여준다. 인물들이 조금씩 얽히고 실체가 드러나는가 싶다가도 어느새 다른 미궁을 보여준다.
음성변조기로 희생자의 할아버지에게 짖궂은 장난을 하는 범인은... 정말 그들이었을까??
1권의 종반부쯤 발견된 범인...
그들은 또 어떻게 희생된 것일까...
이제 그들의 이야기로 들어가 이야기는 진행되고 1권이 끝났다.
인간의 사악한 본성이...
지금 막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권...
2권의 이야기는 가즈아키와 히로미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피스와 히로미의 관점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보여주고, 조각 퍼즐을 흑색 조각, 핏빛 조각들을 하나, 둘 내어 놓는다.
아주 정확히 보자면 피스는 아직 주변인물이다.
본명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체 히로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히로미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가즈아키의 모습이 더해진다.
심야의 FM을 보았을때 수애를 너무도 좋아했던 수더분한 열성팬 아저씨가 생각이 나는 그런 이미지로 가즈아키의 모습이 더해지고 있었다.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하며 틈틈히 시게코의 르포를 더하고, 아주 약간의 수사부 이야기를 더해서 2권은 끝이 났다.
마지막장의 마지막 멘트가 충격적으로 내게 다가오면서...
헉! 어떻해...
하는 마음으로 3권을 허겁지겁 집어들었다.
3권의 시작은... 꼭대기까지 나를 긴박하게 만들어 놓고 다시 약간 산등성을 내려와 시작하고 있다.
3권 ...
드디어 긴 이야기의 끝을 보았다.
3편은...
아미가와 고이치, 즉 피스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와 시게코와 유미코와 신이치...
세상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랄까??
우리는 모두 어느정도는 연기를 하면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친구 앞에서의 나
상사 앞에서의 나
학교에서의 나
애인옆에서의 나
가족 사이에서의 나...
그렇게 다양한 나를 가지고 그때 그때 위치에 맡는 역을 연기하면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모방범이란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자꾸만 내 내면은 과연 얼마나 다른가... 내면을 휘휘 휘젓고,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게 되곤 했다.
요시에 할아버지가 신이치에게 말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너무 분석을 한다고... 그렇게 자기 내면으로 들어가서 철저히 이래서 이랬고, 저래서 저랬고 분석을 한다고... 그렇게 할 필요 없는거라고...
문득 나를 괴롭게 한 많은 생각들이 내 스스로에게 내가 찌른 칼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했다.
(근데 ... 이거 또한 분석이지 않나?? ^^;)
피스가 가증스러운 연기를 펼치는 동안 남은 사람들은 조금씩 서로를 개개며 성장을 해 나간다. 이리 저리 부딪히고 서로에게 예기치 않은 상처를 내기도 하는 동안 그들은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었다.
강하고 지혜로운 요시에 할아버지가 주축이 되었다고 해야할까...
연륜이 주는 깊이는 쉬이 흉내낼 수 없는 힘을 가지고 남은 사람들을 이끌어주고 있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강한 메시지를 남기면서 이야기가 끝을 향했다.
모방범...
이 책의 제목이 왜 모방범이어야 했을까...
3권 끝에서야 겨우... 끄트머리를 잡을 수 있었다.
긴 레이스였다.
1Q84보다 약간 분량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한달음에 달려가기 어려운... 조금은 지치는 듯한 얘기였다.
소재며 이야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구성도 나름 고심한 흔저이 보이는데... 장편을 호흡관리하면 따라가기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