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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Feel/with Book

by 물빛미르 2011. 10. 5.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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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을 너무도 재밌게 봤었드랬다.
사실 선덕여왕 덕만보다는 미실이 더 주인공 같다는 것이 드라마를 본 사람들의 일관적인 의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이 드라마에서 미실의 비중은 컸다.
연기자의 역량도 그만큼 좋았기도 했고 내용의 구성도 매우 좋았다.

이 드라마에 빠져들었었기에 '미실'이라는 제목 만으로도 이 책을 읽고싶다는 생각이 들기엔 충분했다. 거기에 의욕을 더하는 책을 선물한 사람의 한마디 '이 책 야해요~' ㅋㅋㅋㅋㅋ

미실 속에서 그려진 신라는 내가 가지고 있던 옛 신라의 이미지와 많이 달랐다.
교과서로만 알던 국사는 지루하기 그지 없었고, 연대와 왕을 외우고 시험만을 위한 토지제도니 과거제도, 구휼제도를 외워야 했던 학창시절에 난 국사를 끔찍히도 싫어하고 못하는 학생이었는데... 그 와중에도 편견을 가질 시간이 있었던 모양이다.
나이가 들어서야 내가 '고리타분한 선조들의 사상은 이랬을것이다...'라고 생각한 많은 모습들이 유교와 양반들이 만들어낸 합작품의 산물이었고 역사의 한 귀퉁이만을 차지한 모습이었다는걸 알았다.
왜 토지제도가 그토록 중요했었는지, 왜 왕권강화가 그토록 의미가 있었는지...
국사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 하나 하나 설명해주는 선생님이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좋았을껄...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미실'에는 다분히 허구와 과장이 섞여 있을테고 그중 일부만 사실이란걸 알지만 당시의 성에 대한 사고방식은 옛 유교적인 조선이 과거의 우리 조상들의 모습이라고만 생각했던 내게 꽤 충격적이었다.
열녀문을 세우고, 여자는 얼굴을 가려야 하고... 성에 대해서 꽁꽁 감추는 것이 당연지사라 생각했던게 우리의 조상들일거라 생각했었다.
조금만 시야를 바꿔보면 분명 그렇지 않은 시절이 있었을거란걸 알 수 있었을텐데... 몇년간 학교 교육을 받으면서 조금씩 쌓아올려진 편견의 벽은 그게 벽인지도 모를만큼 교묘하고 투명하게 쌓여 내 시야를 좁혀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유리벽은 우주선에나 쓰일법한 초강화 유리인지 깨기가 쉽지 않다. ㅋㅋ

자연스럽게 성을 열고 얘기하는 이 책은 얼핏 야설이라고 불러도 크게 틀리다 말할 수 없을만큼 몇 페이지에 한번씩 색에 관련된 얘기가 등장한다. '미실'이 태어난 가문 자체가 색으로 왕을 섬기는 색공지신의 가문이었으니 어쩜 매우 당연하겠지만...
이동 중 버스 및 지하철에서 주로 책을 읽는 내게는 좀 곤란한 녀석이었다. ㅋㅋ

초반에는 드라마의 인물과 책속의 인물을 매치하면서 읽게 되었는데 선덕여왕에서 그려진 미실의 주변인물들의 캐릭터와 책속의 캐릭터는 매우 달라서 곧 드라마와는 동떨어진 다른 세상이 생겨났다. 드라마와 책 사이의 괴리감이 가장 큰 캐릭터로는 하종이 있었는데 하종의 경우 매우 경망스럽고 가볍기 그지없었던 드라마와는 달리 효심지극하고 생각이 깊으며 작은 친절도 가슴 깊이 새기고 오래도록 기억하는 사람이었으며 미실의 사랑도 많이 받은 아들이었다. 하종의 아버지인 세종 공 또한 책속의 그대로라면 너무도 멋진 사람이었는데 드라마에서는 좀 아쉬웠다.
문노까지는 그럭저럭 비슷하게 등장하지만 선덕여왕의 이야기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아름다운것은 섬김받아 마땅한것으로 여겼던 시대... 
(난 그 시대에 태어났다면 구박 좀 받았겠다...ㅋㅋ)
이왕이면 다홍치마란 말이 내가 생각해도 이왕이면 이쁜걸 고를거 같으니 이해는 되지만, 타고나지 못한 이들에게는 가슴아픈 진실임엔 틀림없다. 그나마 책 후렴부에는 아름다움이란것이 사그라듬에 대해서도 언급을 시작한다.
미실은 타고난 아름다움 외에도 끊이없이 공부해서 내면을 닦은 여인이었다. 나이가 들어 젊음이 자랑하는 미가 바닥으로 가라앉고 오랜시간 책을 손에 놓지 않았던 그녀의 지혜가 수면을 형성했음을 이야기 한다. 그녀는 현세에 태어났어도 무언가를 꼭 이루었을 여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이 거의 종반부가 되었을때 금륜왕의 아들 비형의 이야기가 나온다.
예전에 삼한지를 보면서 비형과 용춘의 이야기에 매료되었었는데... 삼한지에서 과장되었던 내용들(사람과 귀신 사이에서 태어났고 귀신을 부리고, 귀교를 놓았던 얘기 등)의 실체를 조금 알 수 있었다.

310 pgae
산이 운다면 꼭 그런 소리를 낼 것이었다.
 

산이 우는 소리를 내며 우는 남자의 모습은 저 문장이 내 눈에 들어옴과 동시에 영상처럼 펼쳐졌다.
어떻게 산이 우는 모습이라는 생각을 했을까...
꼭 그런 소리를 내며 울고있는 남자가 너무도 안쓰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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