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가 그동안 썼던 책들의 종합판이라고 해야겠다. 딱! 그런 느낌의 책이었다.
베르나르 특유의 방대한 자료들이 넘쳐 흐르고 현대의 문제점에 대한 그의 지적은 너무 열심히 반복되어서 지루했다. 특히 주 무대가 노숙자들의 중심이다 보니 표현이 너무 거칠어서 읽는 내내 불편했다.
1권을 덮으면서 조금 긴박감이 생겨서 기대와 함께 2권을 펼쳤으나 다시 지지부진 해지는 스토리를 보며 책을 끝까지 읽기위해 인내가 좀 필요했다.
그래도 2권을 끝까지 읽고보니 이 책 읽을만 하다.
안으로 깊이 들어가는 성찰과 밖으로 밖으로 널리 퍼져나가는 성찰.
미래와 현재를 거쳐 과거를 들여다 보고 현재를 온전히 이해하는것.
세계의 본질을 파악하고 온 우주를 아우르는 깊은 이해를 하는것들...
이런 성찰은 글을 읽으면서 조금씩 내 내면을 가라앉히고 함께 오감을 열어보려 노력하게 만들어주었다.
속담, 명언이 생각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냉장고에서 꺼내쓰는 패스트 푸드 같다고 말하면서 반속담을 얘기하지만, 이 책을 가득 채우고 있는것들은 그런 글귀들이다.
가깝게는 내 부모가, 조금씩 더 거슬러 올라가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 평생이라는 시간동안 다양하고 충분한 경험을 쌓으면서 얻어낸 보석같은 깨달음들을 함축한 글들...
베르나르는 그런 보석같은 이야기들을 무조건 받아들이거나 무조건 거부하거나 하는 양 극단의 행동은 둘 다 좋지 않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언어.
말이 많아서 실수가 많고, 그렇다는것을 알면서도 고치기가 쉽지 않다는것을 알고 있는 나는 말에 관심이 많다.
이 책속에서 무수히 등장하는 욕들은 내가 너무 싫어하는 표현의 분야여서 매우 껄끄러웠지만, 사물에 이름을 붙이고 실체와 이름을 연결하고 단어의 어원적 의미를 찾아가는 여행부분은 매우 흥미로웠다.
언젠가 읽었던 책에서 주인공이 의자를 왜 의자라고 불러야 하냐면서 자기 마음대로 사물에 이름을 바꿔서 부르는 얘기가 있었다. 어느새 그는 그만이 인식하는 단어들로 채워졌지만 외부의 다른 사람과는 제대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었던걸로 기억한다.
카산드라의 의식이 확장되고, 대속의 주민들이 변화되는 모습을 지켜보는것은 매우 긴박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일은 아니었다.
2권의 마지막을 향하면서 필리프의 갑작스런 변화는 좀 황당하기도 했다.
그래도 깊게... 시간과 자연, 존재등의 본질을 향한 생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93 page
사람들은 무언가를 사기 전에 항상 자신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해.
첫째, 이 물건이 내게 필요한가?
둘째, 내가 정말로 이 물건을 갖기를 원하는가?
셋째, 이 물건 없이는 살 수 없는가?
이렇게 질문하지 않으면, 우리가 사는 모든것은 곧 쓰레기가 되고 말지.
봄바람 살랑 살랑 불려고 하니 함께 강림하시는 지름신을 막기위해 되뇌어 보아야 할 이야기...
어릴땐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다보니 필요한 무언가를 사기에도 부족해서, 필요하지 않은 무언가는 돌아볼 수 없었는데... 어느새 나도 '그냥 이뻐서', '싸니까'... 등의 이유로 별로 필요하지 않은것들, 이미 있는것들을 사곤 했던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