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이라는 제목이 소담스레 예뻐서 빌린 책이었다.
하지만 책 내용이 예쁘다고 하지는 못하겠다.
다음주면 베트남으로 떠나야 하는 준이의 얘기를 시작으로 정수,영길,상진, 선이,미아 등... 친구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풋풋하게 풀려나오는 책이었다.
책의 느낌이 참...오묘했다.
아이들의 청소년기와 성장을 담고 있는 푸르름이 있으면서도 그 색이 반짝 반짝 빛난다기 보다는 어딘가 한쪽이 처연해 보이는 조금은 빛바랜듯한 느낌이 드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땐... 뭐가 그리도 힘들었던지...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리 죽을일들은 아니었는데, 그때는 작은일에도 숨이 넘어갈만큼 아프곤 했었다.
개밥바라기별 속의 아이들도 그렇게 힘겹고, 그렇게 아파하는 서로를 보듬으며 성장해 나가고 있다.
누구나 감탄하는 멋진 경치를 볼 때가 아니라 북적 북적 사람냄새나는 곳에 와야 정서가 움직인다는 아이들의 말이 따뜻하다.
어른들의 시선에선 분명 대책없고 저거 커서 뭐가 되려고 저러나 싶은 불량 청소년이겠지만 아이들의 중심에는 각자가 품은 세계가 있고 우주가 있었다.
나도...
언젠가 그랬던 적이 있었었다...
어떤때는 샛별이고 저무는 달 옆에서 처연하게 빛나면 개밥바라기별이 된단다.
그런데 나도 반짝 반짝 맑고 명랑하기만한 샛별보다 어딘가 보듬어 주고 싶고, 가만히 안아서 괜찮다고 등을 토닥여주고픈 개밥바라기별이 사랑스럽다.
조금씩 조금씩...
어찌할 수 없는 시간들이 흘러서 훌쩍 어른이 되었을때...
아이들의 가슴에서 개밥바라기별이 가만히 반짝여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41 page
나는 궤도에서 이탈한 소행성이야. 흘러가면서 내 길을 만들거야
흘러가면서 내 길을 만들겠다는 준이의 말이 크게 울려왔다.
30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왔지만 나도 언젠가 내 삶을, 내 길을 내가 만들어 가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던가 싶어졌다.
175 page
어디에서나 기억은 거기 있는 사람과 함께 남는다.
결국은...사람이다.
아름다운 풍경도 즐거운 추억도...행복했던 시간들도...
결국 누군가와 함께 했느냐가 가장 큰 의미가 된다.
257 page
사람은 씨팔...... 누구든지 오늘을 사는거야.
어쩌면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옳다고 끝없이 확인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래서...이런 문장들이 눈에 깊이 박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누구나 오늘을 산다는 저 말이 사실인것을...
아무리 빛나는 미래를 꿈꾸어도 사람은 늘 오늘을 살 수 있을 뿐이다. 오늘이 되지 않으면 그 시간을 살아갈 수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