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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니

Feel/with Book

by 물빛미르 2011. 10. 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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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나서 책을 봤다. 그래서... 아픔이 좀 덜할줄 알았다.
이미 한번 충격을 받았으니 조금은... 아주 조금이라도 무뎌지지 않았을까 했다.

공지영의 필체는 손에 얹으면 한줌 얹힐것 같다고 표현한 공기의 묘사를 시작으로 끈적거리게 내려앉더니 가해자들의 등장과 그들의 염치없음이 드러나는 장면에서는 스믈스믈한 묘사로 나를 소름끼치게 했다.
아이들의 해맑음과 그 눈빛의 일렁거림이 가슴한켠을 슥슥 썰어내 가며 이미 벌개져버린 내 눈길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아이들이 내지르는 아픔의 절규가 그 어떤 외침보다 더 크고 강하게 울려서 내 귓가를 가득 채우고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신이 있냐고 묻고 싶었다.
내 어린 시절 굳건히 믿었던 신은, 사람에 대한 실망으로 교회를 멀리한 뒤에도 가슴 한켠에서 꼭 붙잡고 있었던 신은... 어찌 이런 상황을 그냥 보고 계실 수 있는지 묻고 싶었다. 추악한 인간들이 교회라는 천막안에 얼마나 많이, 그리도 뻔뻔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지만...그들이 외치는 아멘 소리가, 할렐루야라는 찬양이 이렇게까지 역겨울 수 있다는건 모르고 있었다.

세상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 하려고 싸우고 있다는 서유진의 담담하면서도 단호한 한마디가 귓가에서 맴맴맴 울음을 운다.
이 이야기가 이제라도 세상에 널리 알려지고, 사건이 재 조명을 받아서 수사가 시작되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TV에 방영되고 한동안 떠들썩 해서 재판이 시작됬다가 결국 솜방망이 처벌로 끝난 책의 결말과 지금이 얼마나 다른건지 묻고 싶어진다.
이번에도 책으로 화제가 되고, 영화로 온 나라가 떠들썩해졌으니 재 수사를 시작하는 척 하고, 정책을 변경하겠다고 장단을 맞추다가 사람들이 잊어갈 즈음 조용히 자기들끼리 용서라는걸 해버리지 않을까 ... 
이 불길한 예감이 단호하게 아닐거라고 말 할 수 없어 씁쓸하다.
몇백명을 학살하고, 수억의 돈을 횡령하고 무기징역을 받는가 싶더니 2년만에 풀려나서 잘~살고 있는 누구도 있으니... 이 나라에서 돈만은 인간들에 대한 제대로된 처벌 따위는 기대하는 내가 바보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너무도 씁쓸하다.

도가니가...
울분의 도가니, 슬픔의 도가니, 분노의 도가니, 아픔의 도가니여서... 
너무도 속상하다.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아이들이 언젠가 행복의 도가니, 환희의 도가니, 기쁨의 도가니를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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