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8살이 되던 해 내 이름은 두개가 되었다.
갑자기 생판 모르는 '김숙영'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불리고 있었다.
학교에서는 숙영, 집에서는 인영...
한동안 꽤나 혼란스러웠던걸로 기억한다.
그때의 기억때문일까... 나는 이름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무언가 진정한 나로 살지 못하고 다른사람으로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 의식 깊은곳에 슬쩍 자리하고 있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봤을때 남자 주인공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 내자마자 용 비늘이 벗겨지면서 용이 아닌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장면이 너무도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던것은 아무래도 그 때문이리라.
태어나서 부터 불리우고 처음으로 나라는 존재를 명확히 하던 이름.
김 인 영
정식으로 이제...
내 이름을 찾을 수 있게 됬다.
분명 너무도 번거로운 일들이 한트럭쯤 기다리고 있는데도...
기분이 날아갈듯 좋다.
당장 신분증부터 여권, 각종 자격증, 은행, 카드, 웹사이트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양의 변경처리가 남아있지만...
난 아마도 매우 즐거운 표정으로 이 일을 진행해 나갈것 같다.
이름을 찾았다는것...
이제 두명의 내가 아니라 하나의 나로 살아갈 수 있다는것...
그것이 너무도 나를 행복하게 한다.
엄마가 처음 내 이름을 지었을때 인영의 한자는 아마도 仁英(어질 인, 꽃부리 영) 이었을것이나, 이왕 개명을 하는 김에 물을 좋아하는 내 성향을 따라 仁瀛(어질 인, 큰 바다 영) 을 사용했다.
이제 이 이름처럼 어질고 깊은 바다내음이 나는 내 삶을 살아갈 수 있길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