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를 기초로 한 이야기들은 이제 식상해질만도 한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되질 않는다. 조금씩이라도 더 발전한 영상기술을 등에 업고, 이전에 몇번 보았던 스토리여도 신기술을 반영한 영상속에서 어떻게 그려졌을지 매번 궁금해져서 기대를 하게 된다.
신들의 전쟁...
타이탄의 이야기는 너무 잘 알려져서 '또 타이탄이야?' 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를 열광케 했던 착한 몸매의 남자들 300 제작진이 3D 영화를 제작했다는 말에 또 극장으로 달려갔다.
테세우스
처음보는 배우였는데 연기가 괜찮았다. 너무 과하게 내뱉지도 그렇다고 너무 주춤거리지도 않는 적절하게 배분된 감정의 표출이 딱 마음에 들었다.
테세우스는 하이페리온 왕이 자신의 눈앞에서 어머니를 죽이는것을 보고 포로가 되 수도원으로 끌려가게 된다.
수도원 물가에서 물한모금 마시지 않은채 망연자실한 그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혼을 잃어버린듯한 그의 표정...
그에게 물을 주며 예지자 페드라는 살아있으라고 말한다.
이 영화의 제목은 신들의 전쟁이지만 제우스를 비롯한 신들의 모습은 그다지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하이페리온 왕이 벌이는 일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몇신과 마지막 전쟁씬 정도...
하려한 금빛 옷을 입은것과 독특한 장신구를 착용한것 말고는 그다지 인간과 구분되는 면모도 없다.
전쟁의 여신 아테나 역시 섹시한 외모로 도도하게 등장해서 제우스를 비롯한 신들과 몇마디 나누는것 말고는 그다지 큰 활약이 없다.
조금 의외였던것은 제우스의 모습.
일반적으로 제우스는 수염을 성성하게 기른 노인의 모습으로 그려지곤 하는데 신들의 전쟁에선 제우스를 짧은 머리의 매력적인 중년 남성으로 표현했다.
제우스 역을 맡은 배우의 눈빛이며 연기, 그가 뿜어내는 분위기는 제우스로서 손색이 없었지만 그동안 보아왔던 제우스의 연령대와 너무 다른 표현이 특이했다.
하이페리온 왕
그는 너무 잔인하게만 그려져 있었다.
그가 왜 타이탄을 해방시키려 하는건지, 그의 군대는 왜 그런 짐승같은 모습인지...
아무런 설명없이 그저 잔인하기 그지없는 미친 왕 하나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테세우스가 예지자 페드라에게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미래를 보는 그녀에 능력에 대해 사람들이 축복이라고 한다고 하자 테세우스는 그건 저주라고 말한다. 미래를 보기만 할 뿐 그것을 바꿀 수 없는데 그게 어떻게 축복이냐고 묻는다.
신들의 전쟁은 분명 화려한 3D 영상을 보여주었고, 너무도 사실적인 전쟁씬의 잔인함때문에 한참을 눈을 감고 있어야 했다.
불공평한 세상에 대해 분노에 차 있던 테세우스에서 군대를 이끌고 전쟁을 이끄는 그의 모습이 되기까지에 대한 과정은 있으나 그 외의 내용이 없었다.
신이 그를 선택한 이유도 관객을 이해시키지 못했으며, 너무도 간단히 죽어가는 신의 존재는 허무함 마저 불러 일으켰다.
타이탄과 신이 싸우면서 죽는것은 타이탄 역시 신이었으므로 논리상으로는 맞지만, 관객은 그저 금빛 갑옷을 입고 약간의 활약을 하다가 죽는 신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기에...좀 어이없었다.
게다가 그 마지막...
타이탄도 분명 신이었는데 ...그들을 막기 위해 제우스가 한 마지막 일은 참... 황당했다. 정말 그 속에서 빠져나가지 못한것은 인간뿐이어야 하지 않나 싶은데 말이다...
구름속에 가득한 신들의 전쟁신은... 이 영화의 제목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서야 겨우 두세컷쯤 나왔을뿐이다.
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것은 타이탄이 풀려나긴 했다는거 같은데...
아무튼 마지막이 매우 찜찜하다...ㅡ.ㅡ;;;;
신들의 전쟁은 영상의 화려함만이 있는 그저 그런 영화였다.